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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국민을 투기꾼으로 몰다 되레 투기꾼된 정부

다시 부동산 문제가 온 나라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이번에는 집값이 아니다. 공기업 직원들의 땅 투기 문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직원이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광명시흥지구에 100억원대 토지를 매입했다. 입지 분석과 개발을 주로 하는 LH 직원들이 보인 행태는 국민의 공분을 자아냈다. 사태는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4월 재보궐선거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부와 여당에 메가톤급 악재로 부상했다. LH발 ‘나비효과’다. 다급해진 청와대는 발본색원을 외쳤고, 정부도 부랴부랴 합동조사단을 꾸려 전면조사에 들어갔다.

문재인 정부는 정권 출범 때부터 집값 상승의 주범을 부동산투기꾼으로 단정했다. 집을 두 채 이상 가지거나 심지어 강남의 고가 주택을 사는 것도 투기꾼으로 취급해왔다. 부동산 투자를 통한 이익을 ‘불로소득’으로 보고, 수요억제책을 펼쳐왔다. 보유세와 거래세 등 세금을 높이고, 대출은 조였다. 부동산 문제만큼은 자신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지난 4년간 집값은 폭등했다. 24번의 대책은 실패했다.

그래서 급선회해서 내놓은 것이 25번째의 2·4 공급대책이다. 핵심은 ‘공공’이다. LH 등 공공이 주도해 땅을 매입하고 집을 지어주겠다고 했다. 민간이 가져가던 이익은 공공이 알아서 나눠주고 공공개발에도 쓰겠다고 했다. 하지만 토지 강제수용에 대한 토지주와 거주민들의 반대, 2·4대책 발표 후 거래에 대한 현금청산에 따른 재산권 침해 문제가 대두됐다. 이런 와중에 LH 직원 투기건이 터졌다. ‘공정’을 외치며 공공을 내세워 왔던 정부에는 치명타다. 부동산 투자를 하는 국민에게 쏘았던 ‘투기꾼’이라는 화살이 LH역풍으로 정부로 향하게 됐다. 남의 눈(국민)의 티끌은 보아도 내 눈(정부)의 들보는 보지 못했다. 투기와의 전쟁을 펼치는 동안 정작 안은 곪아가고 있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다. 한국갤럽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74%를 기록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변창흠 국토부 장관에게 집값 안정에 부처의 명운을 걸라고 했다. 하지만 이제 부처가 아니라 정권의 명운이 걸린 현실에 봉착했다.

정부는 이번 합동조사에서 LH를 포함 국토부와 각 지자체, 유관기관 조사 대상자의 배우자, 직계존비속의 토지거래 내역까지 살펴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먼 친인척이나 친구·지인을 통한 차명거래까지 밝혀내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조사 주체에는 강제수사권이 있는 검찰과 감사원은 빠졌다. LH 투기가 일어난 시점에 LH 사장을 지낸 이가 현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다. ‘셀프조사’라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부동산감독기구가 아니라 공무원들의 투기를 감시하는 부동산부패청을 만들어야 할 상황이다.

정부는 공공의 이름으로 개발정책을 밀어붙이다 이제 그 공공이 투기 비리의 온상이 돼버렸다. 아직 공무원들의 투기 실체 조사 결과가 명확히 나오지 않았는데도, 정부는 뒷감당을 생각하지 않고 공급대책의 강행 의지를 밝히고 있다. 이쯤 되면 “사람이 아니라 ‘땅이 먼저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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