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원고 측 재산조회 신청 허용시 日 반발 불가피
日, ‘위안부 합의’ 당시 美중재 고려해 유리한 입지 판단
정부, 日 대응 시나리오에 “美 중재 명분 오히려 살아”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한일 간 강제징용·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배상금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정부는 법원이 별개로 당국의 금융자산 현황을 파악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응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한일관계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최근 일본 정부가 “위안부 민사소송과 관련해 원고 측에서 낸 재산조회 및 강제집행 신청을 받아들이면 한일관계는 ‘레드라인’을 넘게 될 것”이라는 입장을 우리 정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강제집행은 없을 것”이라는 취지로 답하고 한국정부가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우선 지급하는 ‘대위변제안’을 대안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정부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법원에서 강제집행을 이행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일본 측은 법원 동향에 따라 한국산 수입품 추가관세 부과 및 한국 비자발급 엄격화, 송금규제 등의 대응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정부에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외교소식통은 “법원에서 일본 정부나 기업에 대한 자산 현황을 파악하는 것을 허용하거나 강제집행에 나설 일이 없다는 보장이 없는 이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대안”이라고 밝혔다.
일본이 이처럼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건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일본의 입장에 귀기울일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 2015년 한일 양국을 압박해 위안부 합의를 유도한 인물이 당시 국무부 부장관이었던 토니 블링컨 현 국무장관이라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블링컨 장관은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가 타결된 이후 미 현지 교민단체가 반발하자 “바람직하지 않다”며 자제를 촉구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는 일본에 대화제안을 반복하고 있는 한편, 일본이 경제보복에 나서더라도 효과는 미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의 정부 당국자는 “일본이 경제보복을 취하면 바이든 행정부의 한미일 3각 협력 기조를 깨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일본의 보복 가능성도 유의하며 소통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연일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메시지를 발신했다. 올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일본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배상판결에 “판결이 실현되는 방식은 한일 양국 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