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현관에서 하차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사의 표명으로 30년 가까운 검사 생활을 마무리했다. 검찰 내 특수통 검사로 손꼽히며 좌천과 파격 발탁으로 롤러코스터 같은 부침을 거듭했던 ‘검사 윤석열’의 마지막은 검찰총장직 자진 사퇴였다.

1960년생인 윤 총장은 1991년 33회 사법시험에 합격하며 법조인의 길을 걷게 됐다. 23기로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그는 1994년 대구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2002년 잠시 변호사 개업을 하고 법무법인 태평양에 몸을 담기도 했다.

이듬해 다시 광주지검 검사로 복귀한 뒤 2006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검찰연구관, 2009년 대구지검 특수부장, 2010년 대검 중수2과장, 2011년 대검 중수1과장을 거치며 특수통 검사로 입지를 다졌다. 2012년엔 전국 최대 규모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의 특수1부장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첫 해였던 2013년 4월 이른바 국가정보원 선거개입사건 수사팀장으로 기용된 이후,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였던 그의 검사 경력에 제동이 걸린다. 그를 팀장에 앉혔던 채동욱 당시 총장이 혼외자 논란으로 물러난 뒤 계속 수사를 이어가다가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았기 때문이다. 2013년 10월 당시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의 보고와 결재 없이 국정원 직원들을 체포하고 압수수색하는 등 영장을 집행했다는 이유였다.

윤 총장은 그해 서울중앙지검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조 지검장 등의 수사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하면서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이 발언이 화제를 모으며 ‘전국구 검사’가 됐다. 그러나 이듬해인 2014년 1월 인사에서 대구고검으로, 2016년 1월엔 대전고검으로 발령나며 현안 수사와 거리가 먼 업무를 맡았다.

그러던 중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면서 윤 총장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합류해 특수통 검사로 부활했다. 이어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주요 현안 수사를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청와대는 서울중앙지검장 직급을 고검장급에서 검사장급으로 낮추면서까지 윤 총장을 중용했다. 그리고 2019년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검찰총장으로 또 한 번 전격 기용됐다. 전임 문무일 총장보다 사법연수원 다섯 기수를 건너 뛴 파격 발탁이었다.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에서 검찰총장으로 직행할 수 있었던 것은 이른바 ‘적폐 청산’을 내세운 특수수사의 공을 인정받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총장 임명 직후 조국 당시 법무부장관 후보자 일가 관련 수사를 지휘하면서 불과 한 달 여만에 여권으로부터 ‘미운털’이 박히기 시작했다. 조 전 장관 수사를 기점으로 여권과 척을 지게 된 셈이다.

여권은 검찰개혁을 저지하기 위해 과도하게 수사한다는 비판을 시작했고, 화살은 윤 총장을 향했다. 지난해 초 추미애 법무부장관 취임 이후론 장관과의 갈등이 표면화됐다.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두 차례 발동되면서 윤 총장의 자진사퇴를 압박하는 국면으로 치달았고,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배제 및 징계청구까지 이어졌다. 윤 총장은 정직 2개월 처분을 받았고, 법원에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통해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윤 총장은 여러 차례 고비 국면마다 ‘임기 완수’를 강조해왔기 때문에 2년간의 임기를 마친 후 7월 퇴임하는 것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최근 여권이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검수완박)하는 내용이 담긴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법 등 입법을 추진하자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직을 걸어 막을 수 있는 일이라면 100번이라도 걸겠다’며 사뭇 다른 기류를 내비쳤다. 그리고 이날 대검 현관 앞에서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30년 가까운 검사 생활을 마무리하겠다고 전하는 데 걸린 시간은 1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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