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뉴스24팀] 한국 축구계를 뒤흔든 이른바 '기성용 초등생 시절 성폭력 의혹' 사건이 종착역으로 치닫고 있다.
피해자를 자처하는 C씨와 D씨 측이 증거 전체를 공개하겠다는 초강수를 두면서, '여론재판'의 결과가 어떤 결론으로 향할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 24일 C씨와 D씨가 전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축구부 생활을 하던 2000년 1~6월 선배인 A선수와 B씨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박지훈 변호사를 통해 주장하면서 파문은 시작됐다.
이들은 기성용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내용상 A선수가 기성용임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C씨와 D씨 측의 주장이 사실이라 해도 이들이 기성용에게 법적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은 애초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사건 당시 A선수와 B씨가 형사미성년자인데다 공소시효도 지나 형사 책임을 묻기는 불가능하다. 민법상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 소멸시효도 지나 민사적으로 배상 받기도 쉽지 않다.
결국 이들이 '기성용에게 입은 피해'를 입증하는 방법은 사실상 '여론재판'밖에 없어 보였다.
실제로 상황은 여론재판을 통해 진실을 가리자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기성용은 27일 프로축구 K리그1 개막전이 열린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기자회견을 자처하고 강경 대응 방침을 거듭 밝혔다.
그러면서 "증거가 있으면 빨리 증거를 내놓기를 바란다"면서 "왜 증거를 얘기 안 하고 딴소리하며 여론몰이를 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곧바로 박 변호사는 "기성용이 원하는 대로 해 주겠다. 조만간 증거 전체를 공개하겠다"고 맞받았다.
이미 20년 전 일이어서 물증을 확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이는 가운데, 박 변호사는 당시 피해 상황에 대한 C씨와 D씨의 매우 구체적이고 일관된 증언을 '증거'로 제시할 전망이다.
또 폭로가 이뤄진 뒤 기성용 측이 전화 통화로 협박·회유를 시도했다고 C씨와 D씨 측이 주장하는 가운데, 박 변호사는 이런 내용이 담긴 통화 녹음 파일 수십 개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증거가 얼마나 신빙성이 있어 보이느냐에 따라 C씨, D씨와 기성용의 운명이 갈리게 된다.
다만, C씨와 D씨 중 적어도 한 명이 중학생 시절 학교 폭력의 가해자였던 것으로 드러나 폭로의 '진실성'에 이미 큰 타격이 간 점은 이들에게 매우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얼굴과 이름을 밝히지 않은 C씨, D씨와는 달리 기성용이 27일 공식 석상에 나와 카메라 자신의 입장을 확실하게 밝힌 점도 기성용 측 주장에 힘을 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