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초등학생 시절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폭로에 당사자로 지목된 기성용(FC서울) 선수가 강경대응을 천명하자 피해를 주장한 측이 당혹감 속에 추가 폭로 없이 사안을 마무리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25일 연합뉴스가 확보한 피해자 C씨, D씨와 이들의 대리인 박지훈 변호사 간의 통화 녹음 파일에 따르면, 이들은 폭로전을 이어가지 않기로 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 파일은 폭로가 이뤄진 뒤인 24일 오후 박 변호사가 C씨와 4차례, D씨와 1차례 번갈아 가며 통화한 것이다.
통화 내용을 종합해보면, 박 변호사는 적어도 1주일 넘게 C씨, D씨와 이번 폭로를 준비했다.
박 변호사가 작성한 폭로 문건은 24일 오전 일부 언론에 배포됐다.
축구 선수 출신인 C씨와 D씨가 전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축구부 생활을 하던 2000년 1~6월 선배인 A선수와 B씨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내용이었다.
이들은 기성용의 이름을 적지 않았으나, 내용상 A선수가 기성용임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박 변호사는 문건에서 "그들이 저지른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저희는 단호히 맞설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고 적었다.
그러나 언론 보도가 나간 뒤 반나절도 안 돼 '단호함'은 사라졌다.
이들은 박 변호사와 통화에서 자신들의 신원이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축구계에 알려지면서 심적으로 큰 압박감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D씨는 박 변호사와 통화에서 "우리가 신변 보호가 되고 아무도 몰랐으면 우리는 끝까지 갔어요. 그런데 애초에 시작부터 우리가 까지고(드러나고) 들어갔잖아요"라며 당황한 기색을 보인다.
이어 "그런 거면 둘 중의 하나잖아요. 싸우든가, 돈 받고 끝내든가"라고 말한다.
통화에서 기성용 측이 접촉해왔다고 박 변호사에게 말한 D씨는 통화가 거듭될수록 폭로를 이어가지 않겠다는 뜻을 점점 분명히 했다.
C씨 역시 박 변호사와 통화에서 "시작도 D가 했고…, 저는 그걸 도와주려고 한 것도 아니고 (중략) 사실확인 정도 해주고…"라며 한 발을 뺀다.
이어 "어쨌든 상황이 이렇게 돼서 저도 당황스럽다"라며 "너무 큰 산을 건드린 게 아닐까"라고 말한다.
자신을 피해자라고 규정하는 이들 중 적어도 한 명이 2004년 후배들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가해자라는 점이 드러난 정황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D씨는 "(후배들이 전화해서는) '형은 깨끗한 줄 아느냐, 나도 가만히 안 있겠다'고 한다"고 박 변호사에게 말하기도 했다.
결국 D씨는 박 변호사와 4번째 통화에서 더는 폭로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다.
이들은 연락 두절 상태다. 연합뉴스는 이날 D씨, 박 변호사와 여러 차례 통화 등 연락을 시도했으나 이들은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기성용은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고통받는 가족들을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동원해 강경하게 대응하기로 했다"며 "긴말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 보도된 기사 내용은 저와 무관하다. 결코 그러한 일이 없었다. 제 축구 인생을 걸고 말씀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