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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앞에 놓으라해서 뒀더니…바닥이라고 별점테러” 배달앱 리뷰에 속터지는 사장님
한 배달업 종사자가 배달고객의 자택 문 앞에 음식을 놓아두고 촬영한 사진. 기사 내용과는 무관 [네이버카페 배달세상]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문 앞에 놓으라 했지, 누가 문 앞 ‘바닥’에 놓으래요?”

배달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배달 고객들의 갑질에 고통받는 식당 점주의 사연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황당한 이유를 들며 배달앱 리뷰에 부정적 평가를 매기는 ‘리뷰 테러’가 대표적이다. 음식이 식거나 흘렀을 때에도 부정적 평가가 내려지다 보니, 배달 라이더의 눈치까지 보며 갈등을 빚는 상황이다.

최근 자영업자들이 이용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배달 고객이 황당한 이유를 들며 식당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사연이 공유돼 화제다. 글쓴이는 “배달 요청 사항은 정확히 ‘문 앞에 놓고 벨 눌러주세요’였고 그대로 배달했다”며 “하지만 고객은 리뷰를 통해 ‘아무리 비대면 요청했어도 음식을 바닥에 놓고 가면 어떡하느냐. 음식의 품격은 스스로 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별점 테러를 했다”고 적었다.

글쓴이의 분노는 자영업자 회원들의 큰 공감을 샀다. 댓글을 남긴 한 회원은 “문고리에 걸어두길 바랐다면, 요청사항에 그렇게 남겨두던가 올려놓은 상을 놓던가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주문을 거절하시라”고 조언했다. 또 다른 회원은 “문 앞에 걸어주길 원하는 사람은 대부분 요청사항에 그렇게 적는다. 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사실은 바닥에 두는 게 안전하다”고 동조했다.

이밖에도 고객의 황당한 갑질에 고통받는 사연은 줄을 잇는다. 대표적인 사례는 정량보다 양을 많이 달라는 요구다. 한 고객은 아이 생일이라며 볶음밥 양을 ‘곱배기’로 달라고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는데, 배달앱에 ‘별점 1점’을 남기며 “매몰차게 안된다고 친필 메시지까지 보내다니, 아이 기분 상할까봐 얼른 찢어서 버렸다”고 적었다. 지난 설 연휴에는 주문 시 요청사항에 “설날 음식을 서비스로 주면 리뷰에 쓰겠다”고 남긴 한 배달 고객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이같은 ‘진상’ 고객에도 매장 사장님은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친절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로 집에서 식사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매장이 아닌 배달 주문이 핵심 매출원이 됐기 때문이다. 경쟁이 치열한 배달 앱 환경에서 소비자들의 리뷰와 별점은 거의 절대적이다.

식당 점주가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은 비단 배달 고객뿐만이 아니다. 음식의 온도나 포장 상태도 리뷰로 직결되기 때문에, 음식을 배달해줄 배달업자가 얼마나 경험과 책임감을 갖췄는지까지 신경 써야 한다. 배달대행업체나 배달플랫폼에 소속된 전문 배달업자 외에, 아르바이트나 취미 생활로 배달 시장에 뛰어든 이들이 최근 급증하면서 이같은 우려는 더 커졌다.

최근 자영업자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 갈무리. 글쓴이는 배달을 위해 가게를 찾은 라이더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음식을 별도 보온장치 없이 발판 위에 올려놓아 충격이었다고 하소연했다. [네이버카페 아프니까사장이다]

실제 최근에는 추운 날씨에 대비해 롱패팅을 입고서 정작 음식은 오토바이 발판 위에 올려놓고 배달을 나서려는 배달 라이더의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돼 자영업자들의 공분을 샀다. 사진을 게재한 회원은 “이 추운 날씨에 오토바이 발판에 놓고 배달을 한다는 게 어이가 없었다”며 “아니나 다를까 손님한테 다 식었다고 항의 전화가 왔다. 아무나 라이더로 채용하고, 배달가방도 없이 배달하도록 두면 그 피해는 업주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고 하소연했다. 누리꾼들은 “라이더가 보온통을 가져왔는지 확인해야 하는 업무까지 추가됐다” 등 하소연을 남겼다.

이처럼 배달은 식당 점주들이 감당해야 할 부담을 키웠지만, 그렇다고 홀 영업에만 집중할 수도 없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자들의 외식 패턴이 바뀌면서, 배달은 매출을 지키기 위한 필수가 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음식서비스 인적자원개발위원회(ISC)’가 발간한 ‘2020년 음식서비스 분야 산업인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음식점 매출이 전반적으로 타격을 받는 중에도 배달 비중이 높은 음식점은 오히려 매출이 늘어났다. 전체외식업체 매출이 평균 16.5% 줄어든 가운데, 배달 비중이 50~89%인 업체는 2.8%, 90~99%인 업체는 5%, 100%인 업체는 11%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는 등 오히려 성장했다. 반대로 배달을 전혀 하지 않는 외식업체는 31.2%로 두 배 가까이 큰 폭으로 줄었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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