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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고통에도 수신료 올린다는 KBS…역대 최대 내린다는 日NHK
[연합]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수신료를 월 2500원에서 3840원으로 올리겠다”(KBS)

“수신료 수입을 현재보다 약 10% 낮추겠다”(NHK)

한일 공영방송의 수신료 정책이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KBS는 지난달 정기이사회에서 TV 수신료를 월 2500원에서 3840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상정했다. 인상률은 53.6%다.

양승동 KBS 사장은 “미디어 환경의 급변으로 광고 수입이 몇 년 전부터 급격히 줄어들어 KBS는 구조적인 재정 위기를 겪고 있다”며 “이는 ‘공영성의 위기’를 초래해 지난 5년 동안 대하드라마도 제작하지 못했고 지역방송에도 충분히 지원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19로 인해 특히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매우 힘든 상황에서 수신료 문제를 말씀드려 송구스런 마음이지만, 코로나19가 두 얼굴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되면서 오히려 지금이 수신료 조정안을 제출할 계제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양승동 KBS 사장 [이상섭 기자]

수신료 인상안이 이사회를 통과하면 방통위에서 심의한다. 수신료 산출 내역, 시청자위원회 의견, 수신료 관련 여론 수렴 결과, 이사회 의결 내역 등에 대한 방통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심의를 거쳐 국회를 통과하면 KBS는 인상된 수신료를 부과할 수 있게 된다.

KBS는 공영방송이 수신료를 중심 재원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KBS는 사보를 통해 “가장 성공적인 공영방송의 모델로 평가받고 있는 영국의 BBC를 비롯해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세계 주요 공영방송은 전체 재정의 대부분을 수신료로 충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국내 수신료가 월 2500원으로 동결된 시점인 1981년 이후에도 영국은 27회, 프랑스는 23회, 독일은 8회 수신료를 인상했다”며 “1981년 당시 우리나라의 1∼2배였던 수신료 금액은 약 6∼9배에 달할 만큼 높은 수준에 이르렀고, 이러한 안정적인 재정을 기반으로 성공적인 공영방송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고 강조했다.

[출처=KBS 사보]

KBS는 전체 수입에서 수신료 비중을 현재 46% 수준에서 영국 BBC 정도인 75%로 올리는 것으로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앞서 일본 NHK 방송은 2023년 수신료 인하안을 담은 2021∼2023년 중기경영계획을 발표했다. 연 수신료 수입이 현재 7000억엔(약 7조7000억원) 정도인데, 약 10%를 인하하겠다는 것이다. NHK는 1968년 이후 지금까지 세 차례 수신료를 인하 방침이다. 2012년 약 7%, 지난해 10월 약 2.5%를 낮췄다. 세 번째인 이번 인하폭이 가장 크다.

여기에는 다케다 료타 총무상이 지난해 말부터 “코로나19에 따른 가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뭔가 해야 한다”며 NHK를 압박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NHK 수신료는 지상파 월 1225엔, 위성방송 2170엔(자동이체 기준)이다. NHK 수입에서 수신료 비중은 2019년 기준 98.1%다. 한국, 영국, 프랑스, 독일 중 가장 높다.

한편 KBS의 수신료 인상 추진에 대한 국민 여론은 곱지 않다. 지난 10일 미디어리서치가 전국 만18세 이상 남녀 5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서도 KBS 수신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은 7.1%에 그쳤다. 오히려 수신료 폐지 의견이 44.2%로 가장 많았다.

일본 NHK 사옥 [연합]

KBS의 공영방송 역할 수행 질문에도 긍정 의견은 27%에 그친 반면, 부정 의견이 69%로 압도적이었다. 앞서 미디어오늘과 리서치뷰가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70%이상이 수신료 인상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500원의 수신료 부담을 거부해 환불 받은 가구도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에 따르면 KBS는 2020년 한 해 동안에만 3만6273가구에 수신료를 돌려줬다. 역대 최대치다. 환불 가구가 매년 증가하는 것은 월 2500원 수신료 부담에 대한 반대 여론이 갈수록 커진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현재 KBS는 수신료에 대한 여론조사와 공청회 등 국민과 사회 각계 의견을 청취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KBS 수신료는 올해로 41년째 월 2500원이다. 2000년대 들어 2007년, 2011년, 2014년 국회에 수신료 인상 승인안이 제출됐지만 모두 거부 결정과 회기 종료에 따라 폐기됐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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