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청와대·여당까지 신 수석 사의 만류

복귀 결정땐 향후 ‘신 수석 뜻’ 반영 가능성↑

사퇴땐 ‘검찰 개혁 방점’ 둔 후임 선임할 듯

‘검찰 개혁’ 드라이브? 속도조절?…신현수 거취에 달렸다
문재인 정부에서 민정수석 잔혹사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당시 새로 임명된 신현수 수석(오른쪽)이 김종호 전 민정수석과 함께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

사의를 표명하고 휴가를 떠난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거취에 따라 문재인 정부 ‘권력기관 개혁’의 속도가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신 수석은 사의를 접지 않고 이틀간의 휴가를 지낸 후 22일 복귀해 사임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신 수석의 사퇴를 만류하고 박범계 법무부 장관까지 설득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신 수석이 사의를 철회할 경우 향후 권력기관 개혁에 민정수석실의 의견이 반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나 신 수석의 사의를 공식화하며 “그때마다(사의가 있을 때마다) 문 대통령이 만류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전날에도 기자들과 만나 신 수석의 이틀간 휴가 소식을 알리면서 “개인적으로는, (신 수석이 사의에 대해) 숙고하고 본래 모습으로 복귀했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했다. 유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역시 수차례 신 수석을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갈등의 당사자인 박 장관도 전날 과천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마음이 아프다. 보다 더 소통하겠다”고 했다. 또 “민정수석으로 함께 있으면서 문 대통령 보좌를 함께 하길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안에서도 신 수석의 복귀를 바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19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오랜 시간 깊이 고민하고 신중하게 행동하는 분이고, 또 한편으로는 한없이 남을 배려하는 분이라서 어떤 고민을 할지 눈에 선하다”며 “‘비 온 뒤 땅이 더 굳는다’는 말대로 휴가에서 복귀하고 나서는 그야말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태산 같은 모습으로 민정수석의 자리를 지켜주길 간절히 기원한다”고 했다.

신 수석이 복귀할 경우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등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권력기관 개선 과제에 신 수석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다. 이번 파동의 발단이 신 수석이 반대한 검찰인사의 강행인 만큼 복귀에 따른 ‘반대급부’가 주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중대범죄 수사청 신설을 통해 검경수사권 조정 뒤에도 남아있는 검찰의 6대 직접수사 대상(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과 대형참사)을 검찰에서 완전히 분리하려고 한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도 “검찰개혁의 마지막 단추”라는 표현을 통해 중대범죄수사청 신설을 촉구한 바 있다. 하지만 신 수석은 민주당 식의 ‘중대범죄 수사청 신설’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사퇴할 경우 역의 상황이 벌어질 개연성이 있다. 참모가 대통령에 대해 사실상 ‘항명’을 한 초유의 상황에서 민주당과 청와대가 신 수석을 ‘만류’하는 모양새를 띄는 것은 신 수석에 대해 여전히 남아 있는 문 대통령의 신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문 대통령과 신 수석의 인연은 2004년부터 이어져 왔으며 신 수석은 두 차례 대선 모두 문 대통령을 도왔다.

만일 검찰 출신인 신 수석이 사의를 고집하고, 문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여 민정수석 교체를 단행하면 결국 당청 및 법무부와 검찰과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과 박범계 장관이 검찰 개혁을 더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다는 말이다. 신 수석의 후임도 검찰과의 관계개선이 아닌 ‘속도’에 방점을 둔 인사가 들어설 수 있다. 일각에선 신 수석의 사의 철회 없는 이틀간 휴가가 사임 수순이라고 보고 이미 청와대가 후임 물색에 들어갔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박병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