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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동설한에 국수가 오토바이 발판에?” 요지경 배달에 사장님 하소연
최근 자영업자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 갈무리. 글쓴이는 배달을 위해 가게를 찾은 라이더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음식을 별도 보온장치 없이 발판 위에 올려놓아 충격이었다고 하소연했다. [네이버카페 아프니까사장이다]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국수 여섯 그릇 픽업해 나가더니 오토바이 발판 위에 턱…아니나 다를까, 다 식었다고 항의 왔네요ㅠㅠ”

배달 시장의 급성장으로 배달족(族) 또한 늘어나면서, 서비스업으로서의 기본 소양도 갖추지 못해 고객은 물론 식당 점주에게까지 민폐를 끼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한겨울임에도 보온가방 하나 없이, 뜨거운 국수를 오토바이 발판 위에 올려놓고 배달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배달 업계에 대한 인식을 안 좋게 한다는 점에서 동종 업자들 사이에서도 지탄을 받는 모습이다.

최근 자영업자들이 이용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추운 날씨에 대비해 롱패팅을 입고서 정작 음식은 오토바이 발판 위에 올려놓고 배달을 나서려는 배달 라이더의 사진이 화제가 됐다.

국수집을 운영하고 있다고 본인을 소개한 글쓴이는 “국수 여섯 그릇 주문이 들어왔고 라이더 분이 와서 가져갔는데, 밖에 나가서 깜짝 놀라 사진을 찍었다”며 “이 추운 날씨에 오토바이 발판에 놓고 배달을 한다는 게 어이가 없었다”고 적었다. 이어 “아니나 다를까 손님한테 다 식었다고 항의 전화가 왔다. 계속 사과하다가 열받아서 OO 본사에 전화했더니 ‘알겠다’고만 하고 끝이었다”며 “아무나 라이더로 채용하고, 배달가방도 없이 배달하도록 두면 그 피해는 업주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자영업자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 갈무리. 글쓴이는 배달을 위해 가게를 찾은 라이더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음식을 별도 보온장치 없이 발판 위에 올려놓아 충격이었다고 하소연했다. [네이버카페 아프니까사장이다]

해당 게시글에는 1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는 등 큰 공감을 받았다. 한 커뮤니티 회원이 “라이더가 보온통을 가져왔는지 확인해야 하는 업무가 추가됐다”고 댓글을 남기자, 그 밑에는 “확인해서 안 가져왔다고 해도 돌려보낼 수 없는 것 아니냐”는 푸념글이 달렸다. 또 다른 회원은 “크리스마스날 긴 치마에 구두 신고 온 커플도 있었다. 팔짱 끼고 수다 떨면서 걸어가는데, 어찌나 음식이 걱정되던지”라고 적었다.

이처럼 서비스 소양을 갖추지 않은 채 배달에 나서는 이들은 동종 업계 내에서도 지탄의 대상이다. 배달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에서도 “정도가 지나쳤다” “이런 사람들이 배달업계 욕을 먹인다”는 고발글이 꾸준히 게재되고 있다. 지난달에는 배달가방은 물론 비닐봉지 하나 없이 치킨 박스를 손 위에 들고 가는 배달업자의 사진이 찍혀 공유됐는데, 글쓴이는 “진짜 이런 사람들이 퇴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배달업 종사자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에는 한겨울임에도 보온가방 없이 음식을 배달하는 ‘도보 배달족’을 목격했다며 손가락질하는 게시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 갈무리]

이같은 ‘대충대충 배달’의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 불만이 배달 플랫폼 리뷰 시스템상 부정적 평가로 이어지고, 나아가 해당 식당의 매출까지 떨어트린다는 점이다. 경쟁이 치열한 배달 앱 환경에서 소비자들의 리뷰와 별점은 거의 절대적이다. 좋은 리뷰와 별점을 유지해야만 계속해서 새로운 고객을 불러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배달앱들도 음식이 아닌 ‘배달’ 서비스 자체에 대한 별도 평가 시스템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최근 주문자가 직접 배달 서비스를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주문 완료 후 작성할 수 있는 ‘리뷰 쓰기’에 기존의 메뉴 평가란 외에 ▷시간 내 도착 ▷친절 ▷요청사항 이행 등 항목에 ‘좋아요’를 누를 수 있는 ‘배달 평가’란을 마련한 것이다. 쿠팡이츠 역시 음식과 배달을 각각 평가할 수 있도록 했는데, 부정적으로 평가할 때에는 ▷늦게 도착 ▷흘림·훼손 ▷음식 온도 ▷요청 사항 ▷불친절 등 8가지 항목으로 세분화돼있다.

하지만 배달이 완료되고 난 뒤의 사후 평가만으로는 음식 훼손이 누구 책임인지 가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자영업자들은 아쉬움을 토로한다. 한 자영업자는 “음식이 훼손됐을 때, 배달기사나 매장 중 한 군데가 실수를 인정하면 그 쪽 책임으로 손실 처리하는데, 양쪽 모두 인정하지 않을 경우엔 귀책 없음으로 처리한다”고 했다. 배달라이더가 본인 실수가 아니라고 설득하면 책임을 지우지 않는 구조인 셈인데, 이 경우 서비스에 불만족한 고객에게 합당한 설명을 내놓을 수 없게 된다.

배달의민족 리뷰쓰기란에 생성된 배달 평가(왼쪽)과 쿠팡이츠의 배달평가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배달 서비스를 평가하는 시스템 자체도 라이더들에게 책임을 묻는 용도로는 활용되지 않는다. 배민의 경우 평가 기준에 대해 ‘좋아요’는 누를 수 있지만, ‘싫어요’나 서술형 평가란은 마련하지 않았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이에 대해 “배달 기사 개인에 대한 평가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쿠팡이츠도 배달 서비스 평가 시스템과 관련해 “주문자의 평가는 개개인 배달 기사에게 이익, 불이익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평점으로 인한 계약 해지 등은 없다”고 말했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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