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도 마찬가지…수성구 아파트 서울 사람 매입비중은 1.7%뿐
박원갑 전문위원, “투자권역은 생활권역과 대부분 겹쳐…원정투자는 극소수”
연말 강남구 아파트는 외지인 매수세 ‘반짝 급등’
지난해 부산과 대구 등의 인기지역 아파트 값이 폭등하면서 서울의 투기꾼들이 원정내려온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심심치 않게 제기됐다. 하지만 부동산원 통계를 살펴본 결과, 원정투자는 많지 않고 해당 또는 인근지역 주민들이 매입한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대구 수성구 빌리브범어 아파트.[카카오맵 갈무리] |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지난해 하반기 부산과 대구 등 지방광역시에서 아파트 매매가격이 폭등한 것을 두고 외지인의 원정투기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통계에서는 외지인 투기, 특히 서울 사람의 지방 원정 투기를 짚어낼 만한 점이 없었다. 오히려 해당 지역민들이 매입한 경우가 대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한국부동산원 아파트거래현황 내 매입자거주지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간 부산아파트를 매입한 사람의 84.2%(3개월 평균)는 부산시민이었다. 부산광역시 외에 거주하는 외지인이 매입한 비율은 15.7%였으며 이 중 서울 사람이 부산 아파트를 매입한 비율은 16.4%로, 전체의 2.5% 수준이었다.
아파트값이 폭등한 해운대구, 수영구에서도 전체 거래에서 서울사람이 차지하는 비율은 2.9%, 2.6%에 그쳤다. 오히려 서울을 제외한 외지인의 매입비중이 14.5%, 13.5%로 5배 가량 높았다.
부산 대표 재건축 아파트인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아파트. 이 아파트 전용 131㎡은 2020년 1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1년동안 무려 평균매매가격이 9억2000만원이 올랐다. [헤럴드경제DB] |
대구도 비슷했다. 대구 수성구 아파트를 산 사람의 81.2%는 수성구 거주민을 비롯한 대구시민으로 나타났다. 서울 시민이 수성구 아파트를 산 것은 전체의 1.7%에 그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아무리 전국 아파트 쇼핑시대라곤 하지만, 서울에 직장과 가족이 있는 이가 부산, 대구까지 내려가서 투자목적으로 집을 사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이어 “지방을 돌며 투기하는 건 극소수의 이야기고, 대부분의 투자권역은 생활권역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지난해 집값 및 전세값 급등에 따라 수도권인 경기도와 인천광역시에는 서울 시민의 매수가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도 아파트의 15.8%는 서울 사람이 사들였다. 특히 하남(37.9%), 의정부(35%), 남양주(30.1%)가 서울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아파트를 매입한 경기도내 지역이다.
인천 아파트를 매입한 사람의 11.6%도 서울 시민이다. 서울과 가까운 계양구(15.5%), 서구(14.1%), 부평구(13.6%)에서 매입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서울의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하고 밀려난 실수요자들이 출퇴근이 가능한 수도권 아파트 매수를 택했다고 분석한다.
서울시 내 아파트도 서울 시민이 샀다. 총 거래량의 81.3%가 서울시 내에서 일어났다. 서울 내에서 자치구만 바꾸어 아파트를 매수한 비율은 47.6%, 같은 구 내에서 매수한 비율이 33.7%로 집계됐다.
패닉바잉(공황구매)이 휩쓸었던 지난해 8월, 9월, 10월에는 오히려 외지인의 서울 상경투자 비중이 더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1월부터 6월까지는 외지인의 상경투자 비율이 20%대에 머물렀는데 이 시기에는 18%, 13%, 14%로 내려갔다.
다만 전국적 투자처인 강남구는 지난해 12월에 (서울시 외) 외지인 매입 비중이 급격히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 9월 12.4%, 10월 9.8%, 11월 13%였다가 12월 24%로 급등했다.
박원갑 위원은 “지방 아파트 중에서도 15억원에 다다른 곳들이 나타나면서 상대적으로 강남이 다시 싸보이는 ‘심리적 착시효과’가 일어난 것”이라며 “여기에 지방 아파트를 정리하고 강남의 ‘똘똘한 한채 갈아타기’ 수요가 겹쳐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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