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전초전’ 성격에 1:1 구도 심화
“거대양당 기득권…한국정치 비극”
4·7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또다시 진보-보수 양 진영의 일대일 대결 구도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단일화’에 사활을 건 야권은 물론 여권도 단일화에 본격 시동을 걸면서 결국 이번 선거에서도 유권자들은 ‘양자택일’ 선택을 강요받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매번 선거가 정당의 정강·정책에 기반을 둔 경쟁이 아니라 정치적 셈법만을 내세운 이합집산의 양상으로 펼쳐지면서 한국 정치가 퇴행하고, 유권자들의 권리도 훼손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야권 이어 여권도 ‘단일화’ 모드=국민의힘과 안철수 국민의힘 대표, 무소속인 금태섭 전 의원 등 야권이 단일화에 합의하자, 여권 서울시장 예비후보들도 합당·단일화 등 세 규합에 본격 나섰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는 이날 라디오에서 “서울시장 선거에서 지면 문재인 대통령 레임덕이 오는 것을 알면서 지금 니편내편, 유불리를 따질 때인가”라며 “‘선결집’해 야권 단일화 효과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 후보는 전날 정봉주 열린민주당 후보를 만나 ‘양당 통합’을 전제로 한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고, 김진애 열린민주당 후보와는 이미 지난달 후보 단일화 선언을 한 상태다.
지지율 선두권을 달리는 박영선 민주당 예비후보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열린민주당과의 후보 단일화에 대해 “이미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당대당 통합에 대해서도 “당 지도부가 결정할 문제이긴 하지만 저는 찬성한다”고 답했다.
▶전문가들 “권력구조 문제가 본질…유권자도 바뀌어야”=이처럼 여야할 것 없이 단일화에 나서면서 정책경쟁이 실종되고 정당정치의 근본도 흔들린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미국식의 당내 경선이나 유럽식의 선거 후 당·정치세력간 연대에 의한 연립정부구성이 아닌 선거를 위한 단일화는 정당정치의 취지를 훼손한다는 것이다.
양 진영 간 대립이 점점 심화한다는 문제도 인위적·정치공학적 단일화를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양극단화돼있고 진영화돼있는 2021년 오늘 한국정치의 비극”이라며 “여당과 제1야당 간판만 달면 어떤 후보가 나와도 무조건 35% 넘게 받는 상황에서 정책 선거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결국 양당제로 흘러갈 수 밖에 없다”면서 “한국 정치에서 ‘중간’이 있기 힘든 상황이다. 니 편 내 편을 가르는 진영 갈등의 문제라 더 힘들다. 이념 갈등은 오히려 이성적이라 타협점을 찾을 수 있는데 진영 갈등은 감성적 문제”라고 설명했다. 오로지 자기 진영의 승리만 생각하다보니 정책경쟁은 실종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 등 제도개선을 해법으로 제시한 가운데 유권자들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 이름만 보고 표를 던지다보니 정치권이 더 양자구도로 몰고 가 시민들의 선택지를 줄여버리는 측면이 있다”며 “유권자들 쪽에서 판을 흔들어 볼 필요가 있다. ‘뽑을 사람 없다’, ‘저 당은 절대 안된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눈 딱 감고 당을 지우고, 인물과 공약만 보고 표를 줘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두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