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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 늦게 치웠다”는 주민 불평에 “업무도 아닌데”…경비원 ‘냉가슴’
“근로계약서에 명시 안돼” 토로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 동대표 A(54)씨는 눈 오는 날이면 입주민들로부터 항의가 들어와 고민이 깊다. 지난해 이 아파트는 경비원이 경비 업무 외 청소나 분리수거 등 다른 일을 하지 못하도록 단속한다는 소식에 경비 인력을 감축하고 청소 인력 4명을 추가 고용했다. 이전까지는 밤새 눈이 내리면 상주하던 경비원들이 바로 치워 줬지만 지금은 청소 인력이 출근하는 오전이나 오후가 돼서야 눈을 치울 수 있어 주민들의 항의가 잇따르는 것이 바로 A씨의 고민이다.

아파트 경비원들의 고용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이하 개정안)이 오는 10월부터 시행된다. 주차 관리, 분리수거 등 경비 외 잡무를 금지하는 경비업법이 되레 해고를 야기한다는 지적에 아파트 경비원에 한해서는 다른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자는 취지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개정안 시행 전 경비 인력을 감축하는 바람에 ‘눈 치우기’를 두고 혼란이 빚어졌다. 일부 아파트 경비원은 개정안 시행 전임에도 눈을 치울 수밖에 없어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4일 오후 10시께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한 아파트 경비 초소에서 만난 60대 경비원 박모 씨는 “오늘도 하루 종일 눈을 치웠다”고 했다. 이어 “법이 바뀌었다고 했는데 아직 근로계약서를 새로 쓰지는 않았다”면서도 “원래부터 해 왔으니까(눈을 치워야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또 다른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경비원 B씨 역시 “정문과 후문은 (눈을)다 치웠다. 교대하는 분들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경비업법과 개정안에 대해 묻자 “그런 것 하나하나 다 따질 수가 없다”며 “그냥 눈 오면 쓸고 닦고 하는 수밖에 없다”고 일축했다.

경비원들이 단지 내에서 눈 치우기, 쓰레기 분리수거, 택배 업무 등을 담당하는 과정에서 폭행, 폭언 등에 노출되는 상황도 비일비재하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근로계약서에 명시돼 있지 않은 눈 치우기 등 업무를 하게 하는 것도, 그 과정에서 갑질이 있어서도 안 된다”며 “폭설에 대비해 아르바이트를 추가로 고용하는 등의 방법을 찾아 경비 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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