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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단지 ‘솔깃’ vs 대단지 ‘글쎄’…재건축 ‘고민’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도입에
소규모 단지 “사업성 좋아질 것”
강남권 대단지 “의미 없다” 반감
전문가들 “조합-주민 갈등 우려”

정부가 2·4 공급 대책을 통해 발표한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을 두고 서울 일부 소형 재건축 단지에선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정부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면제 등 파격적인 규제 완화를 제시하면서 그동안 사업이 지지부진했던 단지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반면, 공공의 참여 없이 충분한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강남권 대단지의 참여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토지 소유권이 공공기관으로 넘어가는 것에 대한 반감이 크다.

시장에선 토지 소유주 등 민간의 적극적인 호응 없이는 정부가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목표로 제시한 5년간 13만6000가구 공급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수백가구 소규모 단지 ‘긍정 반응’…“사업속도 높일 수 있어”=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기존 공공 재건축은 재초환 규제를 적용받지만, 공공 직접시행은 재초환과 재건축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가 면제된다.

이에 기존 공공재건축을 추진하는 수백 가구 규모 소단지에선 사업성이 좋아질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공공재건축 사전컨설팅에 참여한 서울 서초구 신반포19차의 김성진 조합장은 “재초환 면제 등으로 사업성이 좋아지는 것은 긍정적이고, 집을 여러 채 가진 이들에게도 매력적인 제안이 될 것”이라면서 “다만, 고급화와 커뮤니티 시설 등 좋은 아파트를 짓겠다는 측면에서는 원하는 방향과 맞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일부 단지에선 공공 직접 시행정비로 갈아타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최근 공공재건축 심층 컨설팅을 마친 광진구 중곡아파트는 공공 직접 시행으로의 전환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성원 국토부 1차관은 5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조합 등으로부터 사업 관련 문의가 많이 들어오느냐는 질문에 “강남 재건축 단지로부터 국토부로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답했다.

▶강남권 대단지는 부정적 분위기…“민간 재산의 공공 신탁 말도 안돼”=윤 차관의 발언과 달리 강남권 대단지 정비조합들은 이 사업에 거부감을 내비쳤다. 공공이 참여하는 재건축을 추진하지 않더라도 충분한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4000가구가 넘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한 주민은 “소유주가 주축이 된 조합이 시행자가 돼야 대다수 소유주가 원하는 방향의 재건축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도 “재초환을 면제해준다고 하면서 이익이 나면 나라와 공유한다는데, 결국 재초환과 다를 게 없다”고 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재건축 아파트 조합장은 “민간 재산을 공공에 신탁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분양가 상한제로 정부가 걷어갈 이익이 없는 상황에서 재초환 면제는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기존 공공재개발을 추진하던 곳도 혜택을 비교해 더 나은 제도를 선택할 수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공공재개발 1차 후보지 8곳을 발표했다. 해당 추진위들은 기존 공공재개발도 일정이 연기돼 진행된 게 없다며 새 제도에 미온적인 반응이다.

최근 공공재개발 시범 사업지로 선정된 흑석2 구역의 추진위원장은 “공공이 전횡을 하면 부작용이 많아지는 등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 된다”면서 “아직 공공재개발도 제대로 진행된 게 없어 공공재개발 결과를 보고 전환 여부 등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우선 추진 검토구역으로 서울에선 67개소를 선정했다. 김흥진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우선 추진 검토구역은 노후도가 상당히 심하거나 현재 방식으로 사업 추진이 불가능한 곳을 개략적으로 검토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공공 직접시행 과정에서 기존 조합과 주민들 간 갈등 발생을 우려한다. 공공 직접시행 사업이 추진되면 조합이 해체되는 대신 주민 의견을 제시하기 위한 주민대표회의가 구성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기존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던 조합들은 공공 직접시행에 새로 뛰어들기 어렵고 신규 단지는 바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업 참여를 위해 조합원들이 나서서 조합을 해체하는 곳도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민상식·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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