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셰프·기자 출신 콘텐츠 제작자까지
배달시장 성장에 배달 종사자 학력·처우↑
“배달 종사자 향한 갑질은 학력 만능주의가 문제”
정부·업계도 배달 종사자 인식 개선 위해 노력중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1. 서울 종로구 한 한식 비스트로의 헤드 셰프인 홍호택(28)씨는 프랑스 유명 요리학교 인스티튜트 폴 보퀴즈 출신으로, 국내 셰프들 사이에서도 유망주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홍씨는 짬이 나는 시간에 음식 배달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운동을 하면서 동시에 음식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도 살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 서울 중구의 한 콘텐츠 제작 전문기업에 근무하는 고유진(34)씨는 서울 상위권 대학 졸업 후 언론사 기자로 일한 경력이 있다. 고씨는 최근 퇴근 후 배달 일을 시작했다. 그는 “원하는 시간에 일을 하면서 생활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까 하는 생각에서였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배달 종사자를 하대하는 사회적 인식이 최근 연이어 터진 갑질 사건으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많은 사람이 여전히 배달 종사자를 저학력·저소득층이라 손가락질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편견과 달리 최근 배달 시장의 성장과 함께 배달 종사자들의 학력 수준과 처우는 높아지고 있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포함한 온라인 배달 이용 금액은 15조 18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5% 증가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인 와이즈앱·와이트리테일도 지난해 배달 앱 결제 규모는 전년 대비 75% 증가한 12조2008억원을 기록했다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배달 시장의 성장과 함께 배달 라이더의 처우도 개선되고 있다. 배달 라이더는 배달 건당 수당을 받고 있다. 수당은 지역·날씨·수요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일반적으로 건당 3000원에서 많게는 1만원 수준까지 올라간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배달을 전업으로 하는 수도권 배달 종사자들은 하루 평균 20만원 내외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 지난해에는 연 1억원 이상의 수익을 거둔 배달 종사자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최근 갑질 사태에서 보여지듯 많은 사람이 배달 종사자가 저학력에 저소득층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실제 지난 1일 서울 한 학원의 직원이 배달 종사자에게 “학교 다닐 때 공부 잘했으면 배달 일을 하겠냐” 등의 막말을 한 사실이 같은 달 3일 밝혀지면서 사람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뿌리깊은 학벌 중심주의에 갑질의 근원이 있다”며 “좋은 학벌은 곧 지위, 권위, 힘을 의미하는 전통이 아직도 존재한다. 그것이 현실로 나타나니 스스로 갑질이라 생각하지 않아도 학벌이 낮다고 생각되면 쉽게 얘기해도 된다는 의식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학벌을 권위로 직결하고 이를 사회적 지위로 연결시키는 사회 환경의 개선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배달 종사자들의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근로 환경 개선이 해당 직업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용노동부는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돼 그간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의무 가입 대상에서 제외된 배달 종사자를 올해 7월부터 두 보험의 의무 가입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관련 업계의 노력도 수반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배달플랫폼업계는 배달 종사자와 협약을 통해 배달 종사자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고,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도록 인정했다. 실제 플랫폼업체는 노조와 임금 등 단체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