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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요양병원 ‘감염병 전담’ 강제지정…“260명 중증환자 어디로 갑니까”
서울시 “14일까지 퇴원하라” 요구
262개 병상중 215개 ‘퇴원 거부’
강남 세곡동 주민도 “전담병원 반대”
감염병예방법 놓고 법리논쟁 치열
강남구립행복요양병원 보호자모임은 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행복요양병원의 감염병 관리 기관 지정 문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행복요양병원 환자 보호자 제공]

“이틀 만에, 215개 병상 환자 가족들이 강제 퇴원 거부에 동참했습니다.”

서울 강남구 세곡동에 위치한 구립 행복요양병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담 병원으로 지정되자, 이 요양병원 내 환자 가족들이 “엄동설한에 어디로 환자들을 내보내느냐”고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8일 서울시는 행복요양병원을 ‘감염병 관리 기관’으로 지정했으며, 이달 4일부터 14일까지 요양병원 환자들을 퇴원시킨 뒤 15일부터 코로나19 감염병 환자를 입원시키라고 해당 병원 측에 요청한 상태다.

이에 이 병원에 있는 전체 입원 병상(262개) 보호자들은 지난 2일부터 ‘강제퇴원 거부서’를 작성해 모으고 있다. 4일 0시 기준 입원 병상의 82%에 해당하는 215개 병상 환자 보호자들이 거부서를 제출했다. 행복요양병원 보호자 모임은 추가 거부서 모집을 계속 진행 중이다.

보호자 모임 대표인 50대 현모 씨는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이 병원 환자 중 90% 이상이 중증 와병 환자로, 자가 호흡이 어렵고 걷지도 못하며 치매, 파킨슨병, 뇌질환 등을 앓고 있다”며 “시가 요양병원 내 환자 이동을, 마치 ‘요양원 입소자’가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처럼 매우 쉬운 일처럼 말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요양병원 이동은 ‘집을 이사하는 것’처럼 따질 게 많은 일”이라며 “저도 대전의 한 요양병원에 모시던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올라가시다 돌아가셔도 요양병원에 책임 없다’는 각서까지 쓰고 서울 행복요양병원에 모셨다”고 했다. 이어 “주치의·간호사·간병인·치료 시설 없이 살 수 없는 고령의 환자들을 이 엄동설한에 어디로 내몰려는 것이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강남구 세곡동 행복요양병원에 입원한 환자의 모습.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이 콧줄을 낀 채 누워 있다.[행복요양병원 환자 보호자 제공]

보호자 모임에 속한 40대 임모 씨 역시 “이곳은 환자 대부분이 장애 판정을 받은 분들”이라며 “아무리 코로나19 대응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경증 코로나 환자가 들어올 공간 마련을 위해 당장 호스를 끼고 누워 생활하는 고령의 부모님들을 내쫓는 걸 봐야 하는 가족들의 입장은 기가 막히다”고 눈물을 흘렸다.

보호자 가족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도 반발하고 있다. 이달 3일 행복요양병원 인근에서는 지역 주민 자치 모임인 세곡사랑연합회가 집회를 열었다. 이 모임 소속 60대 문모 씨는 “감염병 전담 병원이 돼, 코로나19 이후에도 감염병 환자가 지역에 올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이러면 지역 주민들은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행복요양병원 인근에 있는 서울주택공사(SH) 장기 전세 아파트 단지에 사는 입주민들도 단체 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이 단지에 사는 60대 정모 씨는 “요양병원 옆에 요양원도 있고 그 옆에 우리가 사는 아파트도 있다”며 “장기 전세 아파트의 경우 입주민이 모두 65세이상으로 고령인데, 코로나19 관련 질환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아파트 단지 옆에 감염병 전문 병원을 세운다는 속내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보호자 모임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행복요양병원의 감염병 관리 기관 지정 문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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