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시스템 구축 안돼” 해명

법안 통과됐지만 아동·장애인 한정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난문자 발송이 부쩍 늘었지만, 실종자 수색 등 긴급 상황에서 재난문자를 이용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법적 근거는 마련됐지만, 아직 기반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3일 경기도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에 따르면 협회는 지난해 12월 31일 고양시에서 실종된 장준호(22)씨 수색과 관련해 경기북부지방경찰청에 재난문자 방식으로 인근 지역 주민에게 수색 협조 문자를 발송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하지만 경찰은 기반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아 지원이 어렵다며 불응했다.

장씨는 지난해 12월 28일 어머니와 함께 행주대교를 지나 김포대교 방향으로 한강변을 따라 산책에 나섰다가 사라졌다. 실종 한 달이 넘은 지금까지 행방이 묘연한 상황이다. 경찰은 오는 4일 수중드론을 이용해 한강을 수색할 계획이다.

담당 수사관은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도움을 주고 싶어도 시행시기가 아직 도래하지 않아 통신사 측에 협조를 요청할 수 없었다”며 “재난문자 발송을 위한 기반 작업을 준비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재난문자는 ‘CBS(Cell Broadcasting Service)’ 시스템으로 기지국에 연결된 휴대폰에 메시지를 보내기 때문에 통신사의 협조가 필요하다. 이미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이런 문제점을 공감해 실종자 수색에 재난문자를 이용할 수 있도록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됐다. 경찰은 통신사와의 공조 시스템 구축 등의 문제가 남아있어 오는 6월 9일 법 시행을 목표로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만18세 미만 미성년자와 장애인, 치매환자에게만 해당해 일반 실종자에게는 적용이 되지 않는다는 과제가 남아있다.

복지협회 관계자는 “실종의 경우 국민의 관심과 제보가 큰 역할을 하는 만큼,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상의 재난문자와 같이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실종자 관련 정보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전송해 국민의 제보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토로했다.

재난문자는 행정안전부 예규 제14호인 ‘재난문자방송 기준 및 운영규정’에 따라 자연재해나 감염병, 황사/미세먼지, 산불, 테러, 교통사고 및 도로통제 등 다양한 상황에서 발송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전문가들은 재난문자 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분초를 다툴만큼 급한 내용이 아니라면 정해진 시간에 재난문자를 발송하는 등 체계화가 필요하다”며 “재난문자의 실효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연구가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행안부가 운영하는 국민재난안전포털에 따르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소방청, 각 지자체 등에서 발송한 재난문자는 지난해에만 5만4378건에 달한다. 대부분 재난문자는 ‘확진자 현황’, ‘마스크 착용 당부’와 같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이었다. 지난달 28일에는 부산에서 이미 화재가 진압되고 난 뒤에 화재 발생 재난문자가 발송돼 실효성 문제를 지적받은 바 있다. 채상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