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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 없으니 그짓 하지…너희들 하는 꼴이 거지 같다” 배달라이더 울린 ‘막말’ 일파만파 [IT선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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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기사들이 뭘 고생해요. 그냥 오토바이 타고 부릉부릉하면서, 놀면서, 문신하면서, 음악 들으면서 다니잖아요.” “돈이 없으니까 하겠지, 돈 많으면 하겠어요?”

커피 배달시킨 한 시민이 배달기사에게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으니 밖에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요구하고, 기사가 결제를 재촉하자 모욕적 언사를 쏟아냈다는 사연이 온라인으로 일파만파 확산, 논란이 일고 있다.

배달업 종사자들을 사기꾼으로 매도하는가 하면, “학창시절에 공부 못하고, 돈을 못 버니 그런 일이나 하고 있다”는 등 갑질의 정도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전날인 2일 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배달대행업체에서 일하고 있다고 밝힌 한 글쓴이가 사연과 함께 녹취파일을 공개했다. 글쓴이는 “어제 우리 기사 중 한 명이 너무 황당한 일을 겪고, 정신을 못 잡고 너무 억울해해서 여기에 글을 올린다”고 운을 뗐다.

온라인 커뮤니티 웃긴대학 게시글 갈무리

글에 따르면, 같은 업체에서 근무하는 한 배달기사는 지난 1일 서울의 모 어학원으로 커피 배달을 갔다. 하지만 주문자는 ‘지금 바쁘니 아래 내려가서 기다려라. 내려가서 기다리면 계산하러 내려가겠다’고 했고, 이에 배달기사는 학원에서 나와 밖에서 5~10분가량을 기다렸다고 한다. 하지만 그사이 다른 배달 주문이 접수돼 시간이 촉박해지자 다시 학원으로 올라가 결제를 요청했고, 주문자는 다시 한번 ‘지금 아이들 가르치고 있고, 바쁘니까 그냥 기다리라’고 요구했다.

끝내 결제는 이뤄졌지만, 진짜 문제는 주문자가 배달대행업체 측에 전화해 모욕적 발언을 쏟아낸 것이었다. 글쓴이가 공개한 녹취 파일은 주문자가 “할 줄 아는 게 그것밖에 없으니 거기서 배달이나 하고 있지”라고 다그치는 것부터 시작된다. 인권 비하 발언을 하지 말아 달라는 글쓴이의 부탁에도, 주문자는 “가정이 있고 본업이 있는 사람이 이런 거(배달업) 하는 거 못 봤다”, “너희들 하는 꼴이 거지 같다”, “남한테 사기 치면서 3000원씩 벌어가면 부자 되느냐”, “부모한테 그렇게 배웠느냐” 등 배달기사를 비하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녹취록에 따르면, 주문자가 언급한 ‘3000원’은 주문 과정에서 주소를 잘못 기재하고 배달기사의 문의 전화를 받지 않아 배달이 지연되면서 추가 과금된 금액으로 추정된다. 추가 과금된 금액은 입점업체들과의 계약내용에 따라 책정돼 배달대행업체가 받게 되는데, 배달기사는 주문자에게 ‘커피업체 측에 줘야 한다’며 잘못 안내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추가 과금된 금액을 배달대행업체가 받아갔다는 것을 확인한 주문자가 ‘사기친 것 아니냐’며 업체를 지적했고, 배달대행업체는 ‘원래 배달대행업체가 받는 거다. 본인이 주소를 잘못 기재하고, 연락도 받지 않아 생긴 일인데, 왜 배달기사의 탓을 하냐’고 대응하며 갈등이 불거진 상황이다.

논란이 커지자 배달노동자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은 “이번 사건은 단순히 나쁜 손님에 의해 발생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배달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 이 문제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했다. 이어 “배달노동자들에게도 최소한 감정노동자 보호법을 적용하고 여타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라이더유니온은 학원 관계자로 알려졌던 녹취록 속 주문자가 실제로는 해당 학원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학원의 셔틀버스 도우미였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셔틀버스 도우미는 지난 1일 근무 후 더이상 일을 하지 않고 있다. 라이더유니온은 “학원에 대한 별점테러와 악의적인 비난은 멈춰달라”며 “손님은 공인이 아니라 개인일 뿐이다.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는 사회적 비난을 자제해달라”고 덧붙였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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