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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열한 밥그릇 싸움” 아이유·임영웅 없는 스포티파이 써보니…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 상륙
강점은 ‘AI 큐레이션’…“타플랫폼 압도”
약점은 아이유도 임영웅도 없는 음원 플랫폼
“시장 안착 관건은 국내 음원 확보”
세계 최대 오디오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가 상륙했다. 업계에선 스포티파이가 명성대로 음악계의 ‘넷플릭스’가 될 것인지, 국내 시장 안착에 실패한 제2의 애플뮤직이 될 것인지 관심이 뜨겁다. [스포티파이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멜론·지니뮤직·플로 등 토종 음원 플랫폼이 꽉 잡고 있는 한국에 세계 최대 오디오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가 상륙했다. 서비스의 시작인 만큼 첫 3개월은 무료이지만, 1인 요금제는 한 달에 1만 900원(부가세 별도), 2인 요금제는 1만 6350원으로 정해졌다. 무제한 스트리밍에 한 달 평균 8156원(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조사)에 해당하는 기존의 국내 음원 플랫폼보다 25%(1인 기준) 가량 높다. 스포티파이에선 현재 아이유의 신곡도, 세대를 아우르는 임영웅의 곡도 들을 수 없다. 한국에 상륙했으나, 한국의 최신 인기곡은 들을 수 없는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인 셈이다.

스포티파이는 92개국 3억 2000만 명(유료 1억 4000만 명) 이상의 이용자를 확보, 글로벌 음원 서비스 시장의 약 34%를 점유하고 있는 명실상부 ‘공룡 플랫폼’이다. 글로벌 대형 음반사들과 제휴해 보유곡만 해도 6000만곡, 40억개 이상의 플레이리스트를 가지고 있다. 해마다 점유율이 줄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최강자 자리를 지키고 있는 멜론(34.14%, 2020년 11월 닐슨코리아클릭 기준)만 해도 스포티파이와는 체급 차이가 있다. 보유곡은 4000만곡, 이용자는 878만 명, 월간 활성 사용자수(MAU)는 638만 8000여명이다. 멜론 이외 플랫폼의 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지니(23.10%), 플로(16.23%), 유튜브뮤직(14.39%), 바이브(6.90%), 벅스(3.98%), 네이버뮤직(1.26%) 등이 뒤를 잇는다.

업계에선 관심이 뜨겁다. 스포티파이가 명성대로 음악계의 ‘넷플릭스’가 될 것인지, 국내 시장 안착에 실패한 제2의 애플뮤직이 될 것인지. 스포티파이의 전략은 ‘써보고 판단하라’는 것. 그래서 일단 써봤다.

[스포티파이 제공]

▶ 강점은 개인 맞춤=스포티파이 어플을 설치 후, 처음 마주하는 관문은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선정하는 일이다. 추후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얼마든지 추가할 수 있으나, 최초 선정한 세 팀을 기반으로 스포티파이는 추천곡을 만들어 화면에 띄어준다. 이후 추가한 아티스트, 좋아요를 표시한 음악들을 기반으로 매일 추천곡을 만들고, 추천 리스트를 바꿔 제공한다. 국내 음원 플랫폼에도 개인 맞춤 서비스는 이미 ‘대세’로 떠올랐다. 하지만 ‘원조’는 스포티파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스포티파이가 쟁쟁한 글로벌 음원 플랫폼을 제치고 1위 자리에 오른 것도 “정교한 AI 큐레이션(사용자 맞춤 음원 추천 서비스)” 때문이라고 본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개인화 서비스를 통한 추천 리스트의 진가는 이미 잘 알고 있는 뮤지션이나 인기곡이 아닌 잘 몰랐던 곡이지만 자신의 취향에 딱 들어맞는 곡을 골라줬을 때 빛이 난다”라며 “애플뮤직은 물론 국내 음원 플랫폼과 비교해도 스포티파이의 큐레이션은 다른 플랫폼에선 따라오지 못한다”고 말했다.

국내 가요기획사의 A&R(Artists and repertoire) 담당자는 “음원 플랫폼에서 추천 리스트를 듣다보면 종종 ‘이 곡이 내가 좋아할 만한 곡이라고?’라는 의문이 드는 곡을 추천할 때가 있는데 스포티파이는 내 취향의 새로운 음악과 새로운 아티스트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카카오M과 음원 서비스 계약을 맺지 못한 스포티파이에선 아이유, 에픽하이, 지코, 임영웅 등 다수의 인기 가수들의 음악을 들을 수 없다. [이담엔터테인먼트 제공]

▶ 약점은 국내 음원 부족=스포티파이에는 국내 음원 플랫폼에선 들을 수 없는 해외 음악들이 포진해있다. 일본 음악은 물론, 스포티파이에서만 들을 수 있는 곡도 있다. 미국 힙합 가수 제이지의 초창기 곡(‘Hard Knock Life’)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국내 가요’가 없다. ‘한국 상륙’의 출사표를 던졌는데, 국내 음원이 부족하다.

일단 자타공인 ‘음원퀸’ 아이유가 없다. K팝의 또 다른 장르를 구축하고 있는 상징적인 아티스트인 아이유는 최근 ‘셀러브리티’를 발매하며 각종 차트를 석권했다. 지금 국내 음원 시장에서 가장 인기있는 노래의 주인공. 하지만 스포티파이에선 아이유를 들을 수 없다. 지코, 임영웅은 물론 에픽하이도 없었다. 특히 에픽하이가 최근 발매한 정규 10집 ‘에픽하이 이즈 히어 상(Epik High Is Here 上)’은 스포티파이가 명반으로 인정해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 광고를 선물하기도 했으며, 미국 스포티파이에선 톱 데뷔 앨범 차트 8위에 올랐다. 이 역시 국내 스포티파이에선 들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인디 강자 잔나비(미러볼 유통)도 들을 수 없다.

스포티파이는 현재 카카오M과 음원 서비스 계약을 맺지 못한 상태다. 멜론을 운영하는 카카오가 보유한 콘텐츠기업 카카오M에는 몬스타엑스(스타쉽엔터테인먼트), 에이핑크(플레이엠엔터테인먼트) 등의 소속사가 자회사로 있고, 대형 음원 유통사로 아이유(이담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한 다수의 가수들과 계약을 맺고 있다. 카카오M은 지난해 가온차트 연간 400위권 음원 10곡 중 4곡(37.5%)을 유통했다.

에픽하이가 최근 발매한 정규 10집 ‘에픽하이 이즈 히어 상(Epik High Is Here 上)’은 스포티파이가 명반으로 인정해 미국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광고까지 선물했으나, 한국 스포티파이에선 들을 수 없다. [아워즈 제공]

업계에선 현재 상황을 국내 음원 유통사의 ‘견제’로 보고 있다. 2016년 애플뮤직이 국내에 들어왔을 때 음원 수급에 어려움을 보인 것과 같은 상황이다. 정 평론가는 “몇몇 유통사에서 가수와 가요기획사를 인질로 잡고 벌이는 치졸한 밥그릇 싸움이나 다름없다”며 “콘텐츠 회사는 여러 플랫폼에 제공해야 많은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데, (국내에선) 국내 플랫폼에만 제공하겠다는 것은 저열한 방식의 선 긋기”라고 꼬집었다. 카카오M 측은 “현재 협의 중”이라는 답변만 내놨다.

스포티파이의 한국 시장 안착은 국내 음원 확보에 있다. 이에 실패한다면, 시장 점유율 1%대로 밥그릇 싸움에서 밀려난 애플뮤직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한국 음악시장은 국내 음악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다양한 장르를 찾아 듣는 소수의 마니아가 아니고서는 국내 음원 플랫폼으로도 충분한 음악 감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음악 시장의 특수성으로 국내 음원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다면 스포티파이가 가입자를 늘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은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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