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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파트 단지 옥상은 누구 것… ‘텃밭’ 놓고 소송전 벌어진 사연
“농작물 물어내라” vs “주민 모두의 옥상” 맞소송
대법 “아파트 옥상 소유권은 해당 동 거주민만”
옥상은 단지 전체 거주자 것이라는 원심 뒤집어

텃밭에 농작물을 심는 모습.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아이클릭아트]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아파트 옥상 소유권은 단지 입주자 전체가 갖는 것일까, 아니면 실제 그 건물 거주자만 보유하는 것일까. 옥상에 텃밭을 일구던 주민이 법적 다툼 끝에 ‘아파트 옥상은 동 거주자들의 것’이라는 대법원 판결을 받아냈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서울 강남구 한 아파트 거주자 김모 씨가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낸 공유물 인도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판결대로라면 앞으로 아파트 건물 옥상은 전체 단지 입주자가 아니라, 실제 건물 거주자들에 한정해 소유권이 인정된다.

사건의 발단은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5년 김씨는 자신이 거주하는 서울 강남구 아파트 A동 옥상 잔디밭에 텃밭을 조성해 채소를 재배했다. 하지만 입주자대표회의가 문제를 제기했다. 아파트 옥상은 주민 전체를 위한 곳이어서 마음대로 쓰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또 아파트 옥상은 A동에 거주하지 않는 주민도 사용·수익 권한이 있다는 주장이었다.

관리사무소는 김씨의 텃밭 경작 이후 ‘천장에서 물이 샌다’는 민원이 이어지자, 2017년 아파트 옥상을 폐쇄했다. 이후 관리를 받지 못한 김씨의 농작물들은 모두 고사했다. 김씨는 입주자대표회의를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입주자대표회의는 김씨에게 옥상 텃밭을 철거하라는 공유물인도청구 소송을 내며 맞섰다.

1심은 김씨에게 손해를 배상할 필요가 없다고 판결했다. 항소심은 아파트 옥상에 무엇을 설치하는지에 따라 그 편익이 아파트 전체 주민에게 미칠 수 있는 이상, 아파트 각 동 옥상이 해당 동 거주민에게만 제공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승강기 수리비 등 아파트 ‘관리비’도 동별이 아닌 단지 주민 전체가 내는 점을 들어, 관리비 내역에 포함되는 옥상 역시 주민 모두의 것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김씨에게 옥상 텃밭의 농작물을 철거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이 이를 뒤집은 근거는 옥상과 가장 멀리 떨어진 1층의 ‘출입문’이었다. 각 동 거주민만 각 동의 출입문을 열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대법원은 “A동 주민은 A동 옥상을 능동적으로 이용하는 데에 건물 구조상 아무런 장애가 없는 반면, 다른 동 주민은 A동 출입구에 의해 옥상 접근이 차단되고, 관리사무소의 승인을 얻어 A동 옥상에 접근할 수 있을 뿐”이라며 “건물 구조에 따른 옥상 이용 가능성에서 A동 주민과 A동 주민이 아닌 아파트 단지 주민은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판단했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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