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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기차 타고 장거리 여행? 아직 먼 얘기[TNA]
정유사 주유소 9990곳 중 충전시설 겨우 1%
충전기 설치해도 수익성 낮아 비용회수 어려워
한번 충전에 9시간…회전율도 낮아 설치 기피
주유기 6m 이격 규정…소규모 주유소는 한계
SK주유소에서 전기차 충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습. [SK에너지 제공]

[헤럴드경제 김현일 기자] “어딜 가든 주유소처럼 충전 스테이션이 있어야 하는데 충전시설 찾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전기차 아직 시기상조인가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일 주유소보다 편리한 충전환경 조성을 위해 올해 급속 충전기 3000기를 확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국내 충전 인프라 여건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일선 주유소들이 수익성과 공간 확보 등의 문제로 여전히 충전기 설치를 꺼리고 있어 정부가 강조한 충전 인프라 확충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2일 환경부와 한국주유소협회 자료를 종합하면 국내 정유사의 주유소는 총 9989곳(2020년 12월 말 기준)이다. 이 중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한 주유소는 전체의 1% 수준인 121곳에 불과하다.

업계는 전기차 대중화의 선결과제로 어디에서든 짧은 시간에 가까운 충전시설을 찾을 수 있는 근접성을 꼽고 있다. 그 역할을 전국 1만여 곳에 달하는 주유소들이 해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2017년부터 전기차 충전기를 구축한 주유소에 설치비용의 절반인 2000만원을 지원하는 사업을 해왔지만 일선 주유소의 참여는 여전히 저조한 상황이다.

주유소들은 전기차 충전의 낮은 수익성을 기피 이유로 꼽고 있다. 충전 설비를 구축하더라도 실적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100km당 연료비는 휘발유차가 1만1448원, 전기차는 1132원(완속 충전기 기준) 수준이다.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환경부와 한국전력이 충전요금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책정하면서 민간 사업자들도 이에 맞춰 요금을 받고 있다.

정유사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마진 확대보다 공익성을 우선시하다보니 주유소들은 초기 투자비용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해 충전기 설치를 꺼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충전에 장시간이 걸리는 점도 충전기 설치를 망설이는 이유다. 자동차마다 차이가 있지만 급속충전기로 자동차 한 대를 완전히 충전하는 데 약 1시간, 완속충전기로는 8~9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장시간 충전 탓에 차량 회전율이 크게 떨어져 여전히 사업성이 낮다는 지적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공간 확보도 난제다. 위험물안전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주유기로부터 6m, 전용탱크 주입구로부터 4m 이상 떨어져야 전기차 충전시설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사실상 대규모 부지를 갖춘 주유소에 한해 충전기 설치가 가능하다.

주유소 업계에선 전기차가 많은 서울은 주유소 부지가 대부분 작아 충전기 설치가 어려운 반면 지방은 부지가 커도 전기차 등록대수가 작아 충전기 설치 수요가 낮다고 말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독일은 지난해 6월 모든 주유소에 전기차 충전시설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모든 주유소에 전기차 충전을 요구하는 것을 두고 무리라는 지적도 나오지만 화석연료 퇴출과 전기차 확대를 촉진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일선 주유소는 친환경 사업과 전기차 충전기 확충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전기차 대중화라는 목표와 함께 주유소의 수익성 제고를 적절히 조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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