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 지난해 직원 감정노동피해 ‘폭언ㆍ폭행’ 가장 많아

[헤럴드경제=이진용 기자]#작년 2월 13일 21시 경 3호선 남부터미널역 직원이 무단으로 지하철을 탑승한 승객을 발견하고 부과금 납부를 요청했다. 승객은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기에 부과금을 납부할 수 없고 오히려 직원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과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할 수밖에 없다는 직원의 말에 승객은 B씨에게 욕설을 내뱉었고, 경찰 신고 시 맞고소할 것이며 업무를 똑바로 하지 않는다며 감찰부서에 고발하겠다는 협박성 언행도 이어갔다. 직원은 TF의 도움을 받아 승객을 폭언 등을 이유로 고소했다. 지하철 역사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사례중 하나다.

서울교통공사(사장 김상범)는 지난해 서울 지하철역 직원에게 발생한 감정노동 피해사례는 총 176건이며, 월평균 14건이었다고 2일 밝혔다. 가장 많은 유형은 취객의 폭언·폭행으로 나타났다. 역사나 전동차 내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기물을 파손하는 취객이 주를 이뤘으나 마스크 착용을 요청하는 직원에 대한 폭언·폭행도 많았다.

공사는 감정노동 피해를 당한 역직원은 심신 안정을 위해 즉시 업무에서 분리시켰고, 고소로 이어질 경우 심리안정휴가 3일을 부여했다. 또 공사 내 임상심리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후유증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진단서 발급비용, 치료비 등 금전적 지원도 병행했다.

TF를 통해 작년 한 해 지원한 내용은 심리상담 69건, 치료비 지원 27건(총 247만원), 경찰서 동행 및 전화상담 338건 등 총 434건이다.

피해사례 중 가장 많은 유형을 차지한 것은 취객 안내 시 폭언·폭행이었다. 술에 취해 역사나 전동차 내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기물을 파손하는 난폭한 모습을 보이는 승객이 이를 제지하는 직원에게 욕설 등 모욕적 언행과 물리적 폭력을 가하는 경우가 많았다.

부정승차로 적발돼 부과금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 폭언을 내뱉고, 심지어 도주하는 승객을 붙잡자 성추행으로 맞고소를 하겠다며 협박하거나 지속적인 업무방해 행위를 이어가며 직원을 괴롭히는 사례도 있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마스크 미착용 신고를 받고 전동차 안 등 현장으로 출동해 마스크 착용을 요청하는 직원에게 폭언을 내뱉거나 폭행을 가하는 사례도 많았다.

이 외에 개인 유튜브 중계 등을 위해 상습적으로 역사 내에서 시위를 진행해 다른 승객에게 불편을 주는 질서저해자를 제지하다 오히려 이들에게 폭언·폭행을 당하는 등 다양한 피해 사례들이 있었다.

공사는 도시철도 업계 최초로 감정노동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을 전문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감정노동보호전담TF(이하 TF)’을 지난해 2월 신설해 활동하고 있다.

TF 활동을 거쳐 심리상담을 받은 직원이 69명, 치료비 지원이 27건(지원금액 247만 원)이었다. 감정노동 전임 직원이 경찰서 동행·전화 상담 등으로 피해 직원을 지원한 사례는 총 338건이었다.

감정노동 피해 발생 시 공사는 고소 진행 시 3일 간의 심리안정휴가를 부여하고, 진단서 발급비용·치료비 등 금전적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

가해자 처벌을 위한 지원도 하고 있다. 감정노동 지원업무 전담 직원이 고소를 진행한 피해 직원과 경찰 진술 시 함께 동행해 진술을 도우며, 필요할 경우 동의를 받아 법률적 검토 후 공사 명의로 가해자를 고발하고 있다.

최영도 서울교통공사 보건환경처장은 “서울 지하철은 하루 수백만 명이 이용하는 거대한 공간인 만큼 고객과의 접점이 많아 감정노동의 빈도와 강도가 매우 높은 편으로, 직원 보호를 위한 제도를 마련했으나 여전히 감정노동 피해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시민 고객들께서도 직원들을 존중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