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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말 강남 카페는 “영통팬싸”중…아이돌 보러 팬들 모인다
주말 저녁 강남 카페에 아이돌 보러 팬들 모여
카페 관계자 “주말마다 영통팬싸 행사로 대관 문의”
“행사 장소를 무작위로 팬들이 찾아다녀”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지금 여기 모여 뭐하는 거예요? 사람 기다리는 거예요?”

지난 주말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A 카페 앞. 카페 앞을 지나던 60대 한모 씨는 카메라를 들고 서성이는 10여명의 사람들을 보고 놀라 ‘뭐하고 있는지’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돌아온 건 묵묵부답. 갸우뚱하는 표정을 짓는 한 씨가 안쓰러운 듯 옆에서 같이 지켜보던 20대 커플이 “카페 안에서 ‘영통팬싸’를 하는 아이돌들을 기다리는 팬들”이라고 귀띔해주자, 그제야 한씨는 “연예인 보러 온 팬이구나”라며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영통팬싸’는 영상을 통해 팬과 가수가 만나 1~2분 가량 대화하는 사인회를 뜻한다. 예년에는 100명 가량 팬들이 모이는 대규모 오프라인 사인회가 열렸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카카오톡 등 메신저를 통해 비대면으로 팬과 가수가 만나는 영통팬싸가 지난해 중순부터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약 1시간~1시간30분 정도 진행되는 행사에 통화 가능한 팬들도, 100명이 아니라 30명으로 제한됐다. 주로 레코드 회사들이 영통팬싸 행사를 주관한다. 디지털 음원을 팔지 않은 레코드 회사들이 CD 앨범을 팔아 수익을 내기 위해, 앨범을 산 팬들만을 대상으로 이 행사를 여는 것이다.

최근 영통팬싸는 주로 강남 카페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게 팬들의 이야기다. “연예 기획사들과 레코드 회사들이 모여있어서 강남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이들은 추정한다. 이날 오후 헤럴드경제와 만난 한 아이돌 팬은 “가수들이 영통팬싸 행사를 하는 것은 공개되지만, 어느 장소에 모여 하는지는 비공개”라며 “다만 영통팬싸를 하는 커피점만 강남 일대 30여곳이 있다고 전해지고 있고, 팬들은 이 카페를 무작위로 찾아나서 아이돌 사진을 찍는다”고 전했다. 카페 사장들은 실제로 영통팬싸로 인한 카페 대관 문의가 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신인 남자 가수의 영통팬싸로 인해 대관을 해준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B 카페 관계자는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면서 올해 겨울은 매주 주말마다 카페에서 아이돌 그룹 영통팬싸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보통 1시간에 30만~40만원 가량의 대관료를 받는데, 통상 오후 4시에서 8시까지 4시간 가량 대관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영통팬싸가 열리는 서울의 한 카페 모습. 김지헌 기자/raw@heraldcorp.com

이날도 A카페 앞에선 한 아이돌 그룹의 영통팬싸 행사가 열렸다. 행사가 진행되는 카페 내부 모습은 가림막을 통해 가려졌지만, 가림막 빈틈으로 아이돌 얼굴과 그들 앞에 놓인 스마트폰을 볼 수 있었다. 저녁시간대가 되자 비밀스럽게 진행되는 영통팬싸 행사 장소로 팬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망원렌즈를 장착한 카메라’나 ‘접이식으로 된 낮은 사다리’를 들고 나타나는 팬들도 볼 수 있었다. 이른바 ‘백사2(초점거리가 100~400㎜인 망원 렌즈를 사용하는 카메라)’라고 불리는 카메라를 든 팬들은 주차장으로도 이동해 아이돌 가수의 모습을 찍었다.

아이돌 영통팬싸에 대해 잘 아는 장모 (21·여)씨는 “영통팬싸를 할 수 있도록 강남 카페들이 자리를 대여해주는 일이 요즘 매우 흔하다”며 “기획사에서 이런 영상통화를 하기도 하지만, 그룹 멤버 수가 많거나 조명 등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을 때 큰 카페를 빌려 행사를 여는 아이돌 그룹이 매우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녁 시간대에 카페 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거나 해당 카페 유리창이 천막으로 가려져 있으면 ‘여기서 아이돌 영통팬싸가 열리는 중이구나’ 라고 생각해 팬활동을 하는 친구들에게 서로 정보를 공유한다”고 그는 전했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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