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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릴레이로 성묘할 판”…5명 모이면 안돼 형제끼리 ‘눈치보기’
설 명절 ‘5인 이상 집합금지’
형제들 부모집 시간차 방문 고려
전문가 “릴레이 고향방문도 위험
어르신들 감염 위험 높아” 우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와 5인 이상 집합금지를 설 연휴까지 유지함에 따라 이번 설 연휴에도 가족과 함께 고향을 방문하기가 어려워졌다. 설에는 친척들이 모여 차례와 성묘를 지내기 마련이다. 하지만 5인 이상 집합금지가 유지되면서 귀성 고민과 함께 ‘릴레이 성묘·차례’ 등 각종 아이디어가 시민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달 14일까지 2주간 수도권에서는 거리두기 2.5단계, 비수도권에서는 2단계 조치를 연장하고 직계 가족이라도 거주지가 다를 경우 5인 이상 모임을 가질 수 없도록 했다. 시민들은 명절에도 가족들끼리 모이지 못해 아쉽다는 반응이다. 제사를 지내던 시민들은 이번 설 명절 차례를 어떻게 지내야 할지 난감하다며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주부 이모(52)씨는 “지난 추석에 이어 명절에는 항상 15명 식구들이 아버지 묘를 함께 찾았는데 이번에는 네 자매 내외와 조카들끼리만 각각 릴레이식으로 성묘를 해야 하나 고민”이라고 했다. 이어 “대부분 자가용으로 이동해 감염 위험이 크지 않을 것 같은데 가족끼리도 모이지 못하게 하는 정부의 거리두기 지침 연장 발표가 아쉽다”고 한숨을 쉬었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주부 김모(54)씨 역시 제사상 준비에 고민이 크다. 김씨는 “경기 용인시의 큰집에서 제사를 지냈는데 작년까지도 투병한 큰형님(동서)이 혼자 제사상을 준비하기에는 무리라서 걱정이다”고 토로했다. 이어 “형제 중 아무도 못 간다고 하면 우리 부부라도 가서 도와드릴 생각이지만 ‘5인 이상 집합금지’ 탓에 식구들끼리 눈치 게임을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전북 김제시에 거주하는 결혼 2년차 직장인 김모(47)씨도 “꼭 참석하던 제사와 가족 행사가 코로나19로 인해 의무가 아니게 되니 형제들끼리 눈치를 보며 계속 의논해야 할 일이 생긴다”고 했다. 이어 “지난 추석에는 강원 영월군에 있는 본가에서 다 모였지만 이번 설에는 아버지께서 ‘내려오지는 말되 각자 알아서 판단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차례는 지내야 하니 형제들끼리 최대한 시간을 겹치지 않게 ‘릴레이식’으로 지내는 방법이 최선일 것 같다”고 덧붙였다.

명절에는 그래도 가족끼리 모여야 한다는 집안 분위기로 인해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사이에서 난감하다는 시민들도 있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직장인 박모(28)씨 역시 “전남 여수시 본가에 계시는 부모님께서 여수는 ‘청정지역’이라며 내려 오라고 하시지만 서울 사람인 내가 감염 진원지가 될까 걱정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형제들이 많아 직계 가족끼리 다 모이면 6명인데, 내려오라고 하시니 안 갈 수도 없고 참 난감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릴레이식 고향 방문도 감염 위험이 뒤따른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감염 확산세가 잡히지 않은 만큼 정부의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천은미 이화여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5인 이상을 넘지 않도록 가족 중 한 명만 고향을 방문하거나 아예 가지 않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릴레이식 고향 방문도 고향에 계신 어르신들을 매개로 다음에 방문한 식구들을 전염시킬 수 있다”며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는 반드시 지켜야 하지만 릴레이식 고향 방문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향에 계시는 어르신들은 모든 식구를 다 만나게 되는 것”이라며 “고위험군에서 감염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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