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연, 동학·서학개미·美로빈후드
셀트리온·에이치엘비 주주 연대
‘KSB’ 시스템 구축·실력행사
서정진 회장 등 힘실어줄지 주목
미국 증시를 뒤흔든 게임스톱 사태가 개인 투자자들과 공매도 세력 간의 치킨게임으로 치닫는 가운데, 국내 증시로도 ‘반(反) 공매도 운동’이 번질 분위기다. 공매도 금지를 주장해온 개인 투자자들은 셀트리온 등을 중심으로 공매도 세력에 맞서겠다고 선포했다.
개인 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1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매도와의 전쟁’을 공식 선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버츄얼로 연 기자회견에서 한투연은 동학개미, 서학개미, 미국 로빈후드까지 연대하는 ‘kstreetbets(KSB)’ 시스템을 만들어 공매도를 상대로 실력 행사에 나선다는 계획을 밝혔다. kstreetbets는 게임스톱 사례로 공매도와의 전쟁에서 승리의 상징이 된 wallstreetbets와 Korea를 결합한 단어다.
우선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 주주연합과 연대하고 동학개미들의 지원을 이끌어내 공매도 청산을 유도한 후, 나아가 미국 내 개인투자자인 로빈후드와 연대한다는 방침이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이날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공매도 잔고 비중이 높은 코스피의 셀트리온과 코스닥의 에이치엘비, 일단 두 종목을 가지고 운동을 전개하려 한다”며 “주주들을 집결해서 의견을 수렴한 다음 구체적으로 행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투연은 또 이날부터 ‘나는 공매도가 싫어요’, ‘공매도 폐지’, ‘금융위원회 해체’ 등의 문구가 쓰인 공매도 반대 홍보 버스를 약 한 달간 국회, 금융감독원, 청와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운행할 계획이다.
정 대표는 “개인들의 공매도 피해가 너무 심해서 시민들한테 공매도가 문제 있다는 것을 인식시키기 위해 공매도 반대 홍보 버스를 운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한시적으로 금지 중인 공매도를 3월에 재개하지 말고 금지 조치를 1년간 연장한 뒤 폐지 또는 재설계해야 한다는 게 한투연의 주장이다.
정 대표는 “1년간 고칠 것을 다 고치고 해외 사례, 각종 제도 및 공매도 수익률까지 조사하고 국내 수익률도 5~10년 동안 치를 조사해서 해외의 그것과 비교해 우리나라가 정말 문제가 많다 그러면 폐지가 답이고, 1년간 다 개선된다면 재개해도 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게임스톱의 주가가 급락과 급등을 오가며 개인 투자자들과 공매도 세력이 버티기 국면에 진입한 가운데, 국내에서도 게입스톱 사태가 재현될지 주목을 끈다. 한투연이 언급한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 두 회사만 해도 계열사까지 포함하면 합산 주주수가 80만명에 달하고 주주연대가 강해 공매도 세력과 전면전에 나설 경우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셀트리온의 경우 2008년 상장 후 10여 차례 공매도 세력에 의한 루머와 집중적 공매도에 시달렸다. 이에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2011년 11월 공매도 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한 뒤 이듬해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셀트리온 주주모임 대표와 만나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공매도 세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처럼 서 회장 등 유력 인사들이 개인 투자자들의 반 공매도 운동에 힘을 실어줄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 가운데 국민 10명 중 6명은 공매도 재개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이날 나왔다.
리얼미터가 지난 29일 YTN 의뢰로 전국 18세 이상 500명을 조사한 결과, 공매도 재개에 대해 ‘찬성한다’는 응답은 24.0%, ‘반대한다’는 응답은 60.4%로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답변은 15.5%로 집계됐다. 김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