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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헬멧·마스크 벗어라” 배달라이더들 ‘분노’ 집단행동 나선다! [IT선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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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아이들과 여성분들 불안해하니 헬멧과 안면 마스크는 벗어주세요.”

배달업 종사자의 인권을 무시하는 아파트 주민의 갑질이 사회적 지탄을 받는 가운데, 결국 라이더들이 집단행동에 나섰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배달노동자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은 현재 배달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갑질 아파트 국가인권위 진정 신청서’를 접수하고 있다. 배달노동자의 인권을 침해하거나 차별행위를 한 아파트 또는 빌라의 이름을 적고, 어떤 내용의 인권침해나 차별을 당했는지, 또 재산·금전적 손해가 발생하진 않았는지 등을 증거자료와 함께 제출하는 설문을 수리하고 있다. 라이더유니온은 이렇게 확인된 데이터를 토대로 오는 2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할 계획이다.

배달노동자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은 온라인 설문링크를 통해 배달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갑질 아파트 국가인권위 진정 신청서’를 접수하고 있다.

이같은 집단 대응이 시작된 것은 배달라이더에 대한 아파트 주민의 갑질이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최근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단지 내 이륜차 운행 금지’다. 택배기사나 배달라이더의 이륜차 운행이 주민 안전에 위험이 될 수 있음을 우려한 조치이지만, 문제는 주민 안전을 위해 라이더가 감수해야 할 고충은 배려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아파트는 관리사무소 측에서 정문 이후부터의 배달, 배송을 책임지지만, 대부분은 정문에서부터 직접 단지까지 도보로 이동하도록 요구해 최소 10분 이상의 업무 지연을 일으키고 있다.

이 밖에 배달, 배송 과정에서 엘리베이터를 오래 세워둔다는 이유로, 혹은 엘리베이터에 음식물 냄새가 밴다는 이유로 화물전용 승강기나 계단만 이용할 것을 주문하기도 한다. 특히 눈이나 비가 오는 날, 빗물과 흙탕물로 로비를 더럽힐 수 있다는 이유를 들며 지하주차장으로만 출입하도록 안내하는 곳의 사례도 공유됐다.

배달업 종사자들이 이용하는 한 커뮤니티의 회원은 “물에 좀 젖었다고 눈길보다 더 미끄러워지는 (지하주차장으로 배달하도록 안내받았다)”고 하소연했다.

배달라이더의 복장을 지적하고 나선 아파트도 있다. 헬멧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모습이 아이들이나 여성들에게 공포감, 불안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한 아파트는 방한용 안면마스크를 벗으라고 요구해 코로나19 방역기준을 무시한 것 아니냐는 오해를 빚기도 했다.

이 같은 주민의 갑질은 기사의 인격을 무시하는 것뿐 아니라, 업무를 지연시키고 수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게 배달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서울 강남 모 아파트는 대단지 아파트인데도 정문 도보 배달을 요구해, 왕복이 20분 가까이 소요됐다는 후기도 있다. 통상적으로 배달 한 건을 추가로 처리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이에 배달라이더들은 라이더유니온을 통한 집단 대응이 이뤄지기 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갑질 아파트’ 리스트를 작성해 공유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천룡인 아파트 리스트, 외우고 다니시나요?’라는 제목의 글에 한 시간도 안 돼 수십개 댓글이 달렸는데, 지도 화면을 캡처해 갑질 아파트를 따로 표시한 이미지가 큰 호응을 받았다. 천룡인이란 일본 만화 ‘원피스’에 등장하는 주요 악당 중 하나로, 만화 속 세계관에서 창조주의 피를 이어받은 후손으로 설정돼 있다. 모든 규범 위에 군림하며, 나머지 인간을 깔보는 캐릭터로 묘사된다.

배달라이더들이 단체로 배달 거부에 나선다면 해당 아파트 주민으로선 배달료를 더 내야 하는 상황을 맞닥뜨릴 수 있다. 실제 배달 대행업체 ‘생각대로’는 최근 배달차량의 출입을 막은 성동구의 신축 아파트에서 접수된 배달 주문에 대해 수수료를 2000원 인상했다. 그런데도 배달업 종사자 대부분은 2000원 수준의 인상폭은 유인 효과가 없다는 반응이다. 폭설 등으로 도로 사정이 악화되거나 배달이 몰리는 연휴 기간, 주문량에 비해 라이더 수가 부족해지면 플랫폼은 평소 건당 4000원 안팎인 수수료를 1만원 이상으로 올리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입주민 간 합의를 거쳐 배달라이더와 주민 간 중간점을 모색한 ‘화이트리스트’ 사례도 공유되고 있다. 서울 강남 도곡동의 한 주상복합아파트가 대표적이다. 해당 아파트 역시 기존에는 배달기사를 향한 갑질로 종사자 사이에서 유명했으나 기피 아파트로 찍히면서 배달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변화를 모색했다. 최근에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민이 1층에서 직접 음식을 받아가는 시스템을 정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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