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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룩진 시장·법치주의…EU·英 ‘백신 신경전’ 고조
EU, 아스트라제네카 ‘수출 금지’ 경고 역풍
블룸버그 “EU 이미지 훼손”·CNN “추악한 국수주의”
EU·英 서둘러 사태 수습…“영국行 백신 공급 차단 없을 듯”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공급 지연 선언으로 촉발된 영국과 유럽연합(EU) 간의 신경전이 나날이 고조되고 있다. 언론은 양국의 신경전을 놓고 취약한 이들에게 백신을 우선 공급하겠다는 당초 결속이 사라진 ‘추악한 국수주의’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사진은 벨기에 브뤼셀의 아스트라제네카 건물 전경. [로이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공급을 놓고 유럽연합(EU)과 영국 간의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생산 차질로 EU에 대한 백신 공급이 예상보다 축소될 것이라고 예고하고 나선 가운데, 일찍이 의도적인 공급 지연을 주장해 온 EU는 ‘백신 수출 차단’이라는 초강수까지 꺼내들고 나선 상황이다. 언론에서는 두 나라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백신 쟁탈전을 겨냥해 “추악한 국수주의”, “얼룩진 시장주의” 등의 비판들이 쏟아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30일(현지시간) EU와 영국 간의 백신 쟁탈전을 놓고 “공급 위기에 직면한 EU가 모든 이들을 적으로 만들었다”며 EU를 특히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아스트라제네카가 EU에 당초 계획한 1분기 8000만회 백신 공급 물량 중 절반 수준 밖에 공급하지 못할 것이라고 통보하자, EU는 영국이나 다른 지역으로 향하는 물량을 유럽에 공급해야 한다며 아스트라제네카를 압박해왔다.

심지어 지난 25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직접 나서 파스칼 소리오 아스트라제네카 CEO에게 “계약 의무 이행”을 주문하고 나섰고, 당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타지역에 대한 백신 수출을 차단하겠다고 밝힌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커졌다.

이에 블룸버그는 “(백신 수출 제한은) 충분한 의사 결정 과정도 이뤄지지 않은 것이며, 브렉시트 협상을 주도한 미셸 바르니예 EU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도 관여하지 않았다”면서 “폰데어라이엔은 개방된 시장과 법치주의의 승리라는 EU의 이미지에 실질적인 피해를 입혔다”고 꼬집었다.

같은 날 CNN 역시 분석 기사를 통해 “지구촌 남반구에서는 수많은 나라가 백신을 단 한 차례도 접종하지 못한 와중에 유럽에서는 추악한 백신 국수주의가 등장했다”면서 양 국의 신경전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CNN은 백신 개발 직후 취약층에게 백신이 먼저 제공돼야 한다는 전 세계적 공감대와 결속이 사라졌다고 강조하면서 ”영국과 유럽은 누가 백신을 더 가질 자격이 있는지를 놓고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영국의 매체 백신 사태와 관련해 유럽 내에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이 유럽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여기에 세계보건기구(WHO)까지 비판에 가세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EU가 백신 수출을 차단하겠다고 경고하자 지난 29일 “백신 국주주의의자 실제적 위험”이라고 비판했다.

비판이 거세지자 EU와 영국은 서둘러 사태 수습에 나서는 모양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보리슨 존슨 영국 총리에게 “영국의 백신 공급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고 나섰다.

나딤 자하위 영국 백신 담당 정무차관은 30일 텔레그래프와 인터뷰에서 영국의 관심은 백신과 관련해 EU와 협력하는 데 있다고 밝히고, 영국은 EU의 백신 부족난 해결을 계속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EU 집행위원회 측과 대화를 나눴으며, EU가 영국행 백신 공급을 차단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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