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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진국 몰린 ‘백신 민족주의’…첫발도 못뗀 코백스
미국·유럽 등 선구매 백신 선점
100여개 저소득국 ‘사각지대’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막 본궤도에 오른 가운데, 일부 선진국에만 백신이 집중되는 이른바 ‘백신 민족주의’가 팬데믹 종식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저소득 국가가 소외된 백신 보급은 지구촌 집단 면역 형성을 지연시킴으로써 코로나19 사태를 더욱 장기화시킬 것이란 지적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은 잇따른 코로나19 백신 승인 소식과 동시에 선구매한 백신들을 빠르게 선점해왔다. 24일(현지시간) 기준 유럽연합(EU)과 영국에서는 이미 1100만회분이 넘는 백신이 접종됐고, 미국에서는 약 2000만명이 백신 접종을 마쳤다. 백신 선점에 성공한 선진국들은 기세를 몰아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으로, 영국의 경우 오는 9월까지 전 국민에게 1회분의 백신 접종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제는 백신 접종을 시작한 나라보다 훨씬 많은 나라들이 백신에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부유한 나라들이 (전 국민 백신 공급이라는) 야심찬 목표를 세우는 동안, 다른 한 쪽에서는 기약 없이 기다리는 나라들이 넘쳐난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일찍이 백신 민족주의에 맞서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이 주도해 만든 글로벌 백신 공급 기구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 이하 코백스)를 통한 백신 보급은 아직 첫 발도 떼지 못한 상태다. 코백스에는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180개국이 참여하고, 이 중 92개 저소득 국가의 백신은 후원국의 후원금으로 백신 비용을 충당하게 된다. 코백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100여개에 육박하는 저소득 국가들이 백신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셈이다.

코백스는 올해 말까지 전 세계 인구의 20%에 대한 균등한 백신 접종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선진국들이 가세한 글로벌 백신 가격 경쟁이 가열되면서 물량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올들어서만 12건의 계약에 대한 공급 우선순위를 다른 나라에 빼앗겼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손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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