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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스트 메르켈’ 라셰트, 獨 총리까진 여전히 험난한 길
중도 라셰트, 보수 성향 당원 통합 시급
지지율 열세로 기사당에 총리 후보 내줄수도
‘권위주의’ 러시아·동유럽 국가 친화적 외교 입장도 걸림돌
독일 집권 기독민주당(CDU)의 새 대표에 선출된 아르민 라셰트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지사. [AP]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아르민 라셰트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지사가 독일 집권 기독민주당(CDU·이하 기민당)의 새 대표에 선출되면서 당내 포스트 메르켈 체제를 이끌게 됐다.

하지만, 기민당 대표 선출만으로 라셰트가 앙겔레 메르켈 독일 총리의 뒤를 이어 새 총리가 되는 것이 유력하다고 말하기에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장기화한 당 대표 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당내 분열을 딛고 당을 통합시키는 동시에 메르켈 총리와의 적절한 관계를 설정하는 것이 향후 당내 기반의 안정성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독사회당(CSU·이하 기사당)과의 연합에서 총리 후보로 선출되기 위해선 자신보다 대중 지지율이 높은 기사당 후보를 꺾어야 하는데다 두 달도 남지 않은 2개 주의회 선거 승리까지 이끌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중도 라셰트, 보수 성향 당원 통합 시급

라셰트 신임 당대표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는 분열된 당을 하나로 추스르는 것이다.

당 대표 선거에서 중도 성향의 라셰트 대표에게 패배한 보수 성향 프리드리히 메르츠 전 원내대표는 47%의 득표율로 불과 6%포인트 차이로 라셰트 대표에게 석패했다.

독일 집권 기독민주당(CDU) 대표 선거에서 중도 성향의 아르민 라셰트(왼쪽) 대표에게 패배한 보수 성향 프리드리히 메르츠(오른쪽) 전 원내대표. [로이터]

메르켈 총리가 좌파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느끼는 보수 세력이 대표적인 보수 강경파인 메르츠 전 대표에게 절반에 가까운 표를 몰아주며 나온 결과다.

선거에서 메르츠 전 대표를 지지한 야나 쉬민케 의원은 "많은 당원들이 선거 결과를 보도 탈당했으며, 동독 지역의 실망이 특히 극심하다"고 말했다.

서독 지역 내 인구가 가장 많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아헨 출신으로 대부분의 정치 활동을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서 한 라셰트 대표의 경력을 지적한 발언이다.

당장 메르츠 전 대표의 움직임도 통합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점을 예고하고 있다.

그는 패배 이후 당 지도부 자리를 마다한 채 메르켈 총리에게 경제장관 자리를 요구하고 나섰지만 거절당했다.

당내 분열을 극복하는 것의 중요성을 인식한 듯 라셰트 대표도 당선 후 연설에서 평소 지론인 통합과 단결을 강조했다.

라셰트 대표는 “나는 우리가 올해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다하겠다”면서 “기민당은 우선 주의회 선거에서 성공해야 하며, 이후 연방의회 선거를 위해 총리 후보를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지지율 열세로 기사당에 총리 후보 내줄수도

기민-기사당 연합의 총리 후보로 선출되는 것도 난관이 예상된다.

대중 지지도에 있어 라셰트 대표는 마르쿠스 죄더 바이에른주지사 겸 기사당 대표에게 크게 뒤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이런 이유로 죄더 대표가 총리 후보로 직접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기민당의 정당 지지율은 35~37%로 야당인 사회민주당(SPD)이나 녹색당, 좌파당 등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기민·기사당 연합 총리 후보는 메르켈 총리의 뒤를 이어 총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당장 오는 3월 14일 치러지는 바덴뷔르템베르크와 라인란트팔츠 주의회 선거에서의 승리가 라셰트 대표에겐 필수적인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 선거에서의 승리가 라셰트 대표를 향한 의문 부호를 지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튀링엔주, 작센안할트주, 베를린시·메클렌부르크포폼메른주 등 줄줄이 치러지는 주의회 선거가 라셰트 대표의 리더십을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

‘권위주의’ 러시아·동유럽 국가 친화적 외교 입장도 걸림돌

중도 성향의 라셰트 대표는 기민당에 대한 터키 계 독일인 등 소수 인종의 지지율을 끌어 올리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지난 2015~2016년 메르켈 총리가 유럽 난민을 수용하겠다고 했을 때 지지한 경력도 갖고 있다.

다만, ‘광부의 아들’이란 그의 정체성은 녹색당 등 진보 정당과의 연정 가능성을 낮추는 요소로도 작용하고 있다. 지난 2019년 독일의 화석 연료 제로 시한을 2038년으로 늦추는 데 앞장섰기 때문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정권과의 갈등을 최소화하려 노력하고,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헝가리-폴란드와 같은 동유럽 권위주의 정권들에 대한 비판을 피하고 있는 것도 당내에서 비판을 받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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