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장관 3년 8개월만에 교체
문재인 대통령과 정의용 외교부 장관 내정자. [연합] |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미국통’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외교부 장관으로 내정한 것은 새롭게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따른 맞춤형 인사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3년 2개월간 문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 외교·안보라인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다. 다자 통상·외교 분야 전문가로, 정통 외교부 관료에 국회의원까지 역임하는 등 풍부한 경험이 강점이다. 다만 정 내정자가 청와대를 떠난지 6개월만에 다시 공직에 복귀, ‘회전문 인사’ 기용이라는 비판도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3개 부처 장관 인사를 발표했다. 당초 문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던 강경화 장관은 3년 8개월만에 물러나게 됐다. 미국에서 이날 조 바이든 신 행정부가 출범한 가운데, 정 내정자는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바이든 정부에 설명하고, 설득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만호 수석은 “정의용 후보자는 평생을 외교·안보 분야에 헌신한 최고 전문가”라며 “문재인 정부 국가안보실장으로 3년간 재임하면서 한미 간 모든 현안을 협의·조율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실행을 위한 북미협상, 한반도 비핵화 등 주요 정책에도 가장 깊숙이 관여했다. 외교·안보 현안들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이 있다”고 평가했다.
정 내정자는 국가안보실장 재임 기간 세 차례에 걸친 남북정상회담, 두 차례에 걸친 북·미 정상회담 개최 등 문 대통령과 함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이끌었다는 인정도 받는다. 이 때문에 정 내정자의 인선을 두고 문 대통령이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상황에서, 남은 임기동안 북미-남북관계 진전을 향한 의지가 강하게 담겼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 내정자는 지난 1993년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무부 통상국 국장 등을 지냈다. 이후 미국대사관 공사, 주 이스라엘대사관 대사, 주 제네바대사관 대사를 역임했다. 2004년 17대 국회에 입성, 국회 정보위원회 의원으로 일했다. 2017년 5월 국가안보실장으로 임명되면서 외교·안보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다, 지난해 7월 물러났다. 이후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을 지내고 있다.
정 내정자는 이날 “국가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며, 공직후보자 지명을 겸허하고 엄숙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며 “모든 절차가 끝나고 임명이 된다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온 외교정책이 결실을 맺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오랜 기간 국내외 외교현장에서 쌓아온 경험과 전문성, 현 정부 국정철학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외교부 수장 적임자라는 게 청와대의 평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 내정자 발탁 배경에 대해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 출범, 주요국 행정부 변화가 있어서 여기에 맞춰서 외교라인 새로운 활력 불어넣고 외교 진영 재정비한다고 이해하면 되겠다”고 설명했다. 강문규·박병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