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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부구치소에서 의료인 얼굴도 소독약 살포도 본 적 없었다”
5차검사 양성판정 가석방 출소자
“독방 약속 어기고 5명방 생활”

“서울동부구치소에 있을 당시 확진자 방에 찾아가 청소나 배식업무를 했고, (5차 전수검사 이후에는) 양성 확진자로도 생활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상담해주는 의료인 얼굴 한번 본 적이 없고, 방역용 소독약을 살포하는 것 역시 본 적이 없습니다.”

지난 14일 동부구치소에서 가석방으로 출소한 A씨는 헤럴드경제와 메신저 대화를 통해 18일 이같이 말했다. A씨는 지난해말 기결수(형이 확정돼 복역하는 수용자) 신분으로, 코로나19 특별사소(사동 내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 업무를 권유받아 일을 했다. 그는 처음에는 남자들이 모인 9층 ‘확진자 사동’에서 배식·청소·물공급 등의 일을 했다. 그러다 지난 1월 2일 진행된 5차 전수검사에서 양성 확진 판정을 받게 된다.

그는 사소 업무를 맡을 당시부터 기본 방역에 취약한 상태에서 업무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25일 처음으로 A씨는 사소 업무를 맡아 코로나19 확진자 방에 드나들었다. 그런데 당시 방호복을 입는 방법을 전혀 교육받지 못한 채 업무를 진행했다고 한다. A씨는 “어쩔 수 없이 TV에서 언뜻 본 장면을 떠올려 방호복을 입고 들어가 일을 했다”고 말했다.

구치소 안에서 초창기에 음성 판정자와 양성 확진자의 분리·격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A씨 주장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27일 진행된 3차 전수 검사 결과를, 각 방에 전달해 수용자들이 분리 수용되도록 하는 작업을 도왔다. 그는 “(3차 전수검사의 경우) 12월 28일 오후 2시에 검사 결과가 나왔고 3시간 30분 뒤인 5시30분에 구치소에 통보가 됐고, 격리자와 확진자의 분리는 그날 오후 8시에 하거나 다음날 오전 9시가 돼서야 진행됐다”고 말했다. 음성 판정자는 양성 확진자와 즉각 분리되지 않았던 것이다. 반나절 혹은 하루동안 확진자와 비확진자가 함께 뒤섞이며 코로나19가 확산됐다는 게 A씨의 지적이다.

그는 확진자들을 돌보는 의료인들을 직접 대면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는 그가 특별사소로 일할 때도, 확진자로서 방에 누워있을 때 마찬가지였다. 성인 허벅지 높이의 문앞 배식구에서 코로나19 검사를 하긴 했지만, 그 외 아픈 환자로서 의료인을 만나 증상 상담을 해 본 적은 없었다는 얘기다. A씨는 “확진자로서 의료인을 대면한 적이 단 한번도 없고 방 안에 누워 방송을 통해 현재 상태를 묻는 목소리만 들었다”고 했다. 그는 오한,두통,후각·미각 상실 등을 기록하는 검진표를 하루에 한번 문 밖으로 내밀고 감기약을 저녁에 처방받는 정도로만 생활하며 버텼다고 했다.

사소로 일할 당시에도, 확진자로서 생활할 때도, 방역 소독약를 살포하는 모습 역시 단 한번도 본적이 없다고 했다. A씨는 “TV에 나오듯 방역용 소독약을 방에 뿌리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오죽했으면 제가 특별사소로 일할 때는 확진자들의 방을 청소하면서 걱정돼, 대걸레에 손소독제를 직접 발라서 그것으로 방을 닦아줬다”고 털어놨다.

그는 구치소 내부 직원들이 수용자만큼이나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A씨는 “말단 구치소 교정 직원들은 집에도 못하고 2층 직원휴게실에서 잠을 자고 있다”며 “교도관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알기에 이들을 탓하기보다는 윗선에서 지침을 내리고 의사결정을 하는 분들을 비판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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