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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동부구치소 가석방 출소자 “의료인 얼굴도, 소독약 살포도 본 적 없어”
14일 가석방 출소자 본지 인터뷰, 5차 검사 때 양성 판정
“특별사소 조건이었던 독방 약속 어기고 5명방 생활”
“상담해주는 의료인 얼굴 본 적 없어…소독약 살포도 없었어”
“직원들 퇴근 못하고 고생…울며 미안하다는 직원도”

정부가 교정시설의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수형자 900여명을 조기 가석방하기로 한 지난 14일 오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가석방된 수형자들이 나오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서울동부구치소에 있을 당시 확진자 방에 찾아가 청소나 배식 업무를 했고, (5차 전수검사 이후에는) 양성 확진자로도 생활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상담해주는 의료인 얼굴 한 번 본 적이 없고, 방역용 소독약을 살포하는 것 역시 본 적이 없습니다.”

지난 14일 동부구치소에서 가석방으로 출소한 A씨는 헤럴드경제와 메신저 대화를 통해 18일 이같이 말했다. A씨는 지난해 말 기결수(형이 확정돼 복역하는 수용자) 신분으로, 코로나19 특별사소(사동 내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 업무를 권유받아 일을 했다. 그는 처음에는 남자들이 모인 9층 ‘확진자 사동’에서 배식·청소·물 공급 등의 일을 했다. 그러다 지난 1월 2일 진행된 5차 전수검사에서 양성 확진 판정을 받게 된다. 확진자들을 돌보는 처지에서 자신도 확진자로 직접 수용생활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19일부터 약 한 달 동안 ‘확진자들의 생활이 어떠했는지’를 목격한 사람으로서 이야기를 들려줬다.

"방호복 입는 법에 대한 교육도 없이 진행된 확진자 사동 업무"

우선 그는 사소 업무를 맡을 당시부터 기본 방역에 취약한 상태에서 업무를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지난해 12월 25일 처음으로 A씨는 사소 업무를 맡아 코로나19 확진자 방에 드나들었다. 그런데 당시 방호복을 입는 방법을 전혀 교육받지 못한 채 업무를 진행했다고 한다. 그가 사소를 맡기 이틀 전인 23일에만 해도 방호복 입는 방법을 교육받은 이들이 있었지만 A씨가 업무를 하기 위해 확진자 방에 투입될 때는 직원들에게 입는 방법을 물어도 다들 ‘모른다’고 했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TV에서 언뜻 본 장면을 떠올려 방호복을 입고 들어가 일을 했다”고 회상했다.

초반에는 방에 들어가면 재소자들이 휴지 등을 A씨에게 던지고 욕을 했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A씨는 “저도 같은 재소자예요”라는 말로 험악한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다.

구치소 안에서 초창기에 음성 판정자와 양성 확진자의 분리·격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A씨 주장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27일 진행된 3차 전수검사 결과를 각 방에 전달해, 수용자들이 분리 수용되도록 하는 작업을 도왔다. 그는 “(3차 전수검사의 경우) 12월 28일 오후 2시에 검사 결과가 나왔고 3시간30분 뒤인 5시30분에 구치소에 통보됐으며, 격리자와 확진자의 분리는 그날 오후 8시에 하거나 다음날 오전 9시가 돼서야 진행됐다”고 말했다. 음성 판정자는 양성 확진자와 즉각 분리되지 않았던 것이다. 반나절 혹은 하루 동안 확진자와 비확진자가 뒤섞이며 코로나19가 확산됐다는 게 A씨의 지적이다. 같은 달 30일 진행된 4차 전수검사 때도 이런 현상은 반복됐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27~30일 사흘간은 구치소 안으로 물품이 들어오지 못했다. 12월 25일에 물품 구매가 급작스레 중지돼 연말 동안 마스크·생수 반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것이다. 일부 수용자는 생수가 부족해 수돗물을 마시기까지 했다고 한다. A씨는 “코로나19에 감염되면 가래나 기침 등으로 목이 타 평소보다 물을 3~4배는 더 먹게 된다”며 “당시 확진자들은 생수가 아닌 수돗물을 먹으며 버텼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교정시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 14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가석방된 한 수형자가 가족과 재회하고 있다. [연합]
"양성 확진 기간에 단 한 번도 의료인 본 적 없어…소독약 살포 없었어"

특별사소로 일하던 A씨는 지난 2일 진행된 5차 전수검사에서 처음으로 ‘양성’ 판정을 받았다. 원래 구치소 측에서 특별사소가 되는 조건으로 ‘독방’을 주기로 약속했었다. 그러나 막상 사소 업무를 시작하자 방이 없다는 이유로 그를 5명이 생활하는 혼방에 있게 했다. A씨는 “혼방생활을 하면서 양성 확진자들과 밀접 접촉하게 돼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확진 이후 식사는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김치, 콩자반, 생선가스 한 조각, 삼각김밥 정도의 밥, 냉국이 아픈 확진자들에게 평상시에 주어진 식사 메뉴였다고 한다. “편의점 간편식을 보면 전자레인지에 돌리기 전 밥이 굳은 상태로 있는데 그런 상태의 밥을 아픈 몸에도 먹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확진자들을 돌보는 의료인들을 직접 대면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는 그가 특별사소로 일할 때도, 확진자로 방에 누워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성인 허벅지 높이의 문 앞 배식구에서 코로나19 검사를 하긴 했지만 그외 아픈 환자로 의료인을 만나 증상 상담을 해본 적은 없었다는 얘기다. A씨는 “확진자로서 의료인을 대면한 적이 단 한 번도 없고, 방 안에 누워 방송을 통해 현재 상태를 묻는 목소리만 들었다”고 했다. 그는 오한, 두통, 후각·미각 상실 등을 기록하는 검진표를 하루에 한 번 문밖으로 내밀고 감기약을 저녁에 처방받는 정도로만 생활하며 버텼다고 했다.

사소로 일할 당시에도, 확진자로서 생활할 때도 방역소독약를 살포하는 모습 역시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A씨는 “TV에 나오듯 방역용 소독약을 방에 뿌리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오죽했으면 제가 특별사소로 일할 때는 확진자들의 방을 청소하면서 걱정돼, 대걸레에 손소독제를 직접 발라서 그것으로 방을 닦아줬다”고 털어놨다.

"직원과 수용자들만 고생…장관과 구치소 고위 관계자들에게 답답함 느껴"

A씨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동부구치소의 주요 고위 관계자들에게 아쉬움을 크게 느낀다고 했다. 그는 “위의 힘 있는 분들은 아직도 내부 사정을 제대로 모르고 있는 것 같다”며 “지난 8일 추미애 장관이 ‘방역 지침에 따라 조치를 다 했다’는 말이 언론에 나왔을 때, (이 말이 실제와 달라) 많이 속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구치소 내부 직원들이 수용자만큼이나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A씨는 “말단 구치소 교정 직원들은 집에도 못 가고 2층 직원휴게실에서 잠을 자고 있다”며 “교도관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알기에 이들을 탓하기보다는 윗선에서 지침을 내리고 의사결정을 하는 분들을 비판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교도관은 수용자들에게 “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려 사죄하는 모습까지 보이기도 했다는 게 A씨 얘기다.

A씨는 나오기 직전인 지난 13일이 돼서야 갑자기 구치소 내 환경이 개선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때야 갑자기 따뜻한 도시락을 주고, 생수·마스크 등 생필품을 매일 지급하며, 온수샤워도 하게 해주더라”고 말했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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