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첫 피해자 나온지 10년…‘가습기 메이트’ 유통 애경·SK케미칼 대표 1심 무죄
옥시 제품 PHMG 성분과 달리 ‘가습기 메이트’는 독성 입증 안돼
2011년 첫 피해자 발생, 2016년 이후 2차례 수사 결과 사실상 일단락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관계자들 및 피해자들이 12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앞에서 '가습기 메이트'를 인체에 유독한 물질로 제조 및 판매한 SK케미칼, 애경산업에 대한 피켓 시위를 하던 중 법원 관계자들에 의해 저지당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함유된 가습기 살균제를 유통, 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부장 유영근)는 12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안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에 대해서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옥시 가습기 살균제와는 성분 달라…“유해성 입증 안돼”
서울중앙지법은 12일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에 관해 "공소사실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무죄를 선고받은 홍 전 대표가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

안 전 대표는 2002~2011년 판매된 ‘홈크리닉 가습기 메이트’를 출시하는 과정에서 클로로메틸아소티아졸리논(CMIT) 및 메틸아소티아졸리논(MIT)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점을 간과하고 판매하도록 한 혐의를 받았다. 홍 전 대표 역시 같은 기간 SK케미칼에서 가습기 살균제 제조와 출시 과정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CMIT 혹은 MIT 성분 가습기 살균제가 폐질환이나 천식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1차 수사 때 유죄 판결을 받았던 옥시, 롯데케미칼, 홈플러스 관계자 사건에서 문제가 됐던 제품은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과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 등으로, 애경의 가습기 메이트와는 다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과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 성분이 유해한 것으로 확인됐었다.

이번 재판 결과는 검찰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 2차 수사에 따른 것이다. 2011년 첫 피해자가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2016년 처음 수사가 시작돼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옥시 등 업체 주요 관계자들 20명을 기소했다. 이후 2차 수사에서는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이마트 등이 주요 대상이 됐고 총 34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1차 수사 때는 PHMG와 PGH성분의 독성이 명백하다고 보고 이 성분이 들어간 제품을 제조, 판매한 이들을 기소하면서도 CMIT와 MIT 성분은 독성 유발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고 판단해 일단 처벌 대상에서 제외했다.

2011년 첫 피해자 확인…2016년 1차, 2019년 2차 수사 벌여 50명 넘게 기소
2019년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 권순정 부장검사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 2차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 [연합]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불거진 시점은 2011년 4월이다.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출산 전후 20~30대 산모 7명과 40대 남성 1명이 원인 불명의 폐질환으로 입원했고, 산모 4명이 사망했다. 보건당국은 동물 흡입 독성 실험을 통해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을 확인했고,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 등 살균제 6종을 수거하도록 했다.

검찰 수사보다 먼저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은 피해자들이었다. 2012년 1월 피해자 유족들은 국가와 살균제 제조·판매업체를 상대로 첫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같은해 8월에는 옥시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을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2016년 1월 뒤늦게 가습기 살균제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이 나서자 롯데마트는 피해자들에 대한 공식 사과와 보상 계획을 마련했고, 홈플러스와 옥시도 비슷한 내용의 보상안을 발표했다. 같은해 12월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집계에 따르면 누적 피해자는 5321명, 사망 피해자만 1006명에 달했다.

신현우 전 옥시 대표는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6년으로 감형됐고 형이 확정됐다.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였던 ‘세퓨’ 전 대표 오모 씨도 징역 5년을 확정받았다. 노병용 전 롯데마트 대표도 금고 4년을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 3년으로 줄었고, 형기를 채우고 출소했다. 다만 존리 전 옥시 대표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가 확정됐다. 신현우 전 대표에게는 가습기 살균제를 출시하면서 흡입독성 실험 등 안전성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가 인정됐지만, 후임자인 존 리 대표는 이러한 사정을 알고도 제품 제조와 판매에 관여했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못했다.

형사 처벌과 별개로 피해자와 유족들이 낸 손해배상 소송도 산발적으로 제기됐다. 2017년 법원은 세퓨 가습기 피해자가 낸 소송에서 제조업체에 3억 7000만원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국가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과거 구체적인 발병 현황과 원인이 드러났던 적이 없었던 만큼 원인미상의 폐질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jyg97@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