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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사당 폭동 책임' 사임한 美경찰국장 "윗선 있었다" 파문
인근 주방위군 대기 요청했지만, 윗선이 거부
의사당 난입 당일 5번 지원 요청했으나 거절
주방위군 투입 과정에서도 승인 문제로 지연
워싱턴DC 주방위군이 의사당 난입 사태가 발생한 다음날인 7일 미 의사당 주변에 투입되고 있다.[AP]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지난 6일 의사당 난입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임한 미 의회 경찰 수장이 주방위군의 투입을 막은 건 자신의 윗선이라고 밝혀 파문이 예상된다. 경찰 고위층이 아닌 미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들이 관여했다는 것이다.

의회폭동에 책임을 지고 최근 사임한 스티븐 선드 전 미 의회 경찰국장은 1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대선 결과를 인증한 상·하원 합동회의가 열리기 이틀 전 의사당 보호를 위한 워싱턴DC 주방위군의 대기를 요청했으나 보안당국 관리들이 거부했다고 밝혔다.

선드 전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DC로 불러들인 대선불복 시위대의 규모가 예전보다 클 것이라는 경찰 정보가 있었음에도 상급자들이 주방위군을 긴급 대기시키는 공식 절차를 주저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회에서 난동이 발생한 당일에도 5차례에 걸쳐 지원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하거나 지연됐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는 지난 6일 상·하원 합동회의가 열리던 의사당에 쳐들어가 폭동을 일으켰다. 미국 내에서는 그 과정에서 경찰 대응이 부실했던 까닭을 두고 경찰 고위층의 준비 및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사임한 경찰 고위층 인사는 미 행정부 고위층 탓을 한 것이다.

앞서 사건 발생 이틀 후인 지난 8일 미 군 당국이 의회 경찰에 병력 지원 의사를 연말부터 수 차례 밝혔으나, 지난 3일 거절당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폭동 당일인 6일 미 법무부가 산하 연방수사국(FBI) 요원 지원 의사를 전달했으나, 경찰 측이 또 거절했다.

케네스 라푸아노 미 국토안보부 부장관에 따르면, 무리엘 바우저 워싱턴DC 시장은 이미 몇 주에 걸쳐 위험이 임박했다며 경고 메시지를 발신해왔고, 12월 31일 주방위군 병력 배치를 요청했다. 이에 미 국방부가 지원 의사를 미 의회 경찰에 알렸지만, 3일 의회 경찰이 이를 최종 거절했다.

라푸아노 부장관은 "국방부는 한 번 이상 병력 지원 의사를 밝혔지만, 경찰 측에서 1월 3일 국방부 지원을 요청하지 않을 거라는 답변이 왔다"고 말했다.

이어 미 법무부가 시위에서 폭력이 일어날 수 있다며 FBI 수사인력 배치 의사를 밝혔으나, 경찰은 이마저 듣지 않았다. 이와 관련, 지난해 5월 미네소타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이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과잉진압해 사망에 이르게 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 당시 시위 대응에 참여한 아트 아세베도 휴스턴 경찰청장은 "의사당 폭동 사태는 사전 준비를 하지 못한 결과"라면서 "그 잘못은 온전히 경찰 지도부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추후 밝혀진 증언들을 종합할 경우, 경찰 측의 지원 거절은 경찰 고위층이 내린 결정이 아니라 그 윗선의 개입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미 당국의 개입으로 의사당 폭동 당일 워싱턴DC에 주방위군을 투입하려는 절차 또한 지연된 것으로 드러났다.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는 10일(현지시간) 의사당 폭동 사태 당시 워싱턴DC 측이 불과 몇 분만에 주 방위군 지원을 요청했지만, 승인 절차가 90분여 가량 지연됐다고 밝혔다. 워싱턴DC는 주가 아니어서 다른 주의 주방위군이 DC로 진입하려면 미 국방부 장관 허가를 얻어야 한다.

호건 주지사는 "우리 주방위군은 (지원요청 후) 준비돼 있었다"면서 하지만 중앙 정부에서 승인을 얻지 못해 워싱턴DC 경계선을 넘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호건 주지사는 당시 승인이 왜 지체됐는지에 대해 "답을 얻으려 했지만 얻지 못했다"고 했다.

주방위군 투입 등 당국의 대응이 지연되면서 트럼프 지지 시위대들 수천 여명이 미 의사당으로 난입,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 인증 절차를 진행하던 상·하원 의원들이 의사일정을 중단하고 인근 군 기지로 긴급 대피하는 등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악화됐다.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미 의사당 내 신성한 장소의 각종 기물이 파손되고, 미 의원들의 노트북이 도난당하는 등 몇 시간 동안 무방비 상태에 놓였다. 여성 1명을 포함한 시위 참가자 4명이 사망했고, 시위 대응에 투입된 경찰 인력 2명도 숨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초 주방위군 동원에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의 무한 갈등 양상으로 치달을 뻔했던 이번 사태는 트럼프 대통령을 제외한 각료들이 무게 중심을 맞추면서 해결점을 찾았다.

상원의장을 겸직하는 펜스 부통령은 '의회에서 각 주별 대선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반려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을 거부하고, 조 바이든 당선인의 최종 승리를 인증한 상·하원 합동회의를 이끌었다.

또한 크리스토퍼 밀러 국방부 장관 대행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이 문제를 논의해 군이 투입됐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밀러 대행은 7일 의회 폭력 사태를 맹비난하면서 이번 사태에서 주방위군 역할을 높이 평가한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미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대의 폭력 사태를 선동했다고 보고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선드 전 국장은 의회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를 막지 못한 데 책임을 지고 지난 8일 사임 의사를 밝혔고, 오는 16일 자로 물러날 예정이다. 상원 경호실장인 마이크 스텐저, 하원 경호실장인 폴 어빙도 사임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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