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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지율 1위’ 이재명-윤석열 갈린 이유
최근 한 달 동안 실시된 차기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전화면접만으로 이뤄진 조사에서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위를 싹쓸이했고, 반대로 자동응답(ARS)방식이 포함된 조사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모두 1위를 차지한 모습이다.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최근 한 달 동안 실시된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가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윤석열 검찰총장으로 엇갈리는 배경엔 조사방식에 따른 차이가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화면접만으로 이뤄진 조사에서는 이 지사가 1위를 싹쓸이했고, 반대로 자동응답(ARS)방식이 포함된 조사에서는 윤 총장이 모두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어느 방식이 더 정확하다는 식의 접근보다는 각각의 장단점을 감안한 종합적 분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8일 헤럴드경제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최근 한 달 동안의 여론조사를 전수조사한 결과 이재명 지사는 ‘전화면접’만으로 이뤄진 조사에서는 1위를 싹쓸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사는 지난달 17일(이하 공표시점)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조사에서 21%의 지지율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18%), 윤석열 총장(15%)을 제치고 1위에 오른 이후, 지난 3일 한국리서치 조사에 이르기까지 전화면접방식으로만 실시된 총 10건의 여론조사에서 단 한 차례도 1위를 뺏기지 않은 것이다.

최근 한달 여론조사 전수조사…전화면접은 ‘이재명’, ARS는 ‘윤석열’ 싹쓸이

지난달 27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이재명 23.4%·이낙연 16.8%·윤석열 15%)와 지난 3일 한국리서치 조사(이재명 26.2%·이낙연 18.6%·윤석열 15.3%)에서는 오차범위(95%신뢰수준에서±3.1%p)를 넘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전화면접 조사이기만 하다면 유·무선전화 비율이나 조사 응답률, 지지후보 없음 및 모름·무응답 비율 등 다른 요인은 순위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조사의뢰자가 보수언론이냐 진보언론이냐에 따라서도 차이가 없었다. 여론조사기관의 자체조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반면 ARS 방식이 포함된 여론조사 7개는 단 한 개도 빠짐없이 윤 총장이 1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9일 한길리서치 조사(윤석열 28.2%·이재명 21.3%·이낙연 18%)에서 오차범위 밖 1위를 차지했고 새해 첫날인 1일 발표된 여론조사공정(윤석열 31%·이재명 21.3%·이낙연 20.1%), 3일 리얼미터(윤석열 30.8%·이재명 20.2%·이낙연 20.2%) 조사에서도 오차범위 밖 독주를 펼쳤다. 역시 ARS 조사이기만 하다면 유무선 비율 및 조사 응답률, 지지후보 없음 및 모름 무응답 비율 등 다른 요인의 차이는 순위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 모습이었다.

왜 다를까…ARS 조사엔 ‘샤이 보수·정치 고관여 집단’ 반영

조사방식에 따른 결과 차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샤이(shy) 보수’를 주된 이유로 꼽았다. 전화면접원과 직접 통화할 땐 응답을 유보하는 유권자들이 자동응답(ARS) 방식에서는 윤 총장을 적극적으로 선택한다는 것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전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면접원이 직접 전화조사를 하는 경우 국민의힘에 대한 적극 지지층이 아니라면 응답을 유보하는 경향이 있다”며 “무당층의 한 10% 포인트 정도는 샤이 보수로, 전화면접 조사에서는 숨어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수층 일부가 전화면접 방식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보수진영에서는 전화면접원에게 ‘야당(윤석열)을 지지한다’고 하는 것 자체에 두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며 “잘못하면 (여권 지지자들로부터) 탄압이나 공격 등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다보니 ARS를 조금 더 믿고 신뢰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ARS에 ‘정치 고관여 집단’이 과잉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ARS조사는 응답률(전화를 받은 응답자가 여론조사에 응해 끝까지 마친 비율)이 전화면접 조사에 비해 떨어지는데, 결국 정치에 관심이 높고 적극적 의사표시를 하려는 ‘고관여 집단’이 표본에 과잉 반영돼있다는 것이다. 김봉신 리얼미터 수석부장은 “정치적으로 분노가 올라가서 관여도가 높고 의견이 확실한 사람들이 ARS 조사에 더 많이 잡힌다”며 “적극적으로 의사표시를 하는 유권자들이 윤석열 총장을 선택하고 있다는 건 전통적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에 선호인물이 없기 때문인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 수석부장은 그러면서 “실제 투표장에는 정치 관여도가 낮은 사람들도 참여하게 되기 때문에 ARS와 전화면접 조사를 동시에 해석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ARS·전화면접 중 뭐가 정확하냐보다는 추이 살펴야”

전문가들은 이재명 지사가 1위로 나온 전화면접 조사와 윤석열 총장이 1위로 나온 ARS 조사 방식 중 “어떤 조사가 더 정확하냐”는 측면에 초점을 맞춰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각 조사방식의 특징이 다른 만큼 전체적인 추이를 참고하는 용으로 쓰는 것이 올바른 활용이란 설명이다.

배종찬 소장은 “최근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는 갈렸지만 ARS냐 전화면접이냐에 따라 언제나 결과가 달라지는 건 아니다”라며 “정치적인 환경에 따라 조사방식에 따른 응답결과가 영향을 받게되기 때문에 어느 쪽이 정답일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 같은 조사기관에서 같은 방법으로 한 조사의 추세를 볼 필요가 있다”며 “ARS 조사에 윤 총장 선호도가 30%대 나오고 전화면접 조사에서는 15%가 나오지만, 두 조사들의 추세를 보면 윤 총장이 상승세인 것만은 분명하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위원장)는 “옛날에 비해 여론조사가 잘 안 맞는다는 불평이 나오는데 이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라며 “샤이보수를 비롯해 여론조사에 잘 포착되지 않는 유권자들이 상당히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은 지난 2016년 대선에서 예상과 달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여론조사업체들이 큰 망신을 당한 바 있다. 이 교수는 “동일한 시점에 똑같은 사람의 사진을 찍어도 어떤 것은 ‘인생 샷’이 나오지만 어떤 것은 이상한 사진도 나온다”며 “여론조사업체마다 방법·비율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조사 방법에 따라 패턴이 다르다는 걸 (언론이) 자주 소개를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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