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씨의 범행 당시 모습이 촬영된 금은방 폐쇄회로(CC)TV 영상 캡처 [독자 제공]

[헤럴드경제=박승원 기자] 수십 년 경력의 베테랑 현직 경찰관은 왜 고작 금은방 털이에 노하우를 활용했을까.

지난달 18일 오전 4시께 광주 남구 주월동 한 금은방에서 동이 트기도 전인 야심한 시각에 요란한 방범경보음이 울렸다.

자연스런 등산복 차림의 50대 절도범이 이른바 ‘빠루’라고 불리는 건축공구를 사용해 금은방의 잠금장치를 부수고 내부로 침입했음을 알린 것이다.

검거 후 알고보니 놀랍게도 그는 광주 서부경찰서 소속 한 지구대에서 근무하던 수십년 경력의 베테랑 경찰관 임모 경위였다.

내부 폐쇄회로(CC)TV에 찍힌 것도 아랑곳 하지 않은 그는 그 어떤 망설임도 없이 공구로 유리 진열장에 내리쳐 깬 뒤 유리 사이로 금반지와 금목걸이 등 귀금속을 미리 준비한 가방에 쓸어담았다.

그가 금은방 안에 침입해 2500만원 상당의 귀금속을 담아 밖으로 나가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1분이면 충분했다. 그만큼 그의 손놀림과 행동은 능숙하고 거침이 없어 ‘전문가’의 솜씨였다.

그는 전날부터 연차 휴가를 낸데다 얼굴 대부분을 가리는 마스크와 모자, 장갑을 착용한 것을 보면 임씨는 이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했던 것으로 보인다.

수사 기법을 잘 아는 임씨가 범행 이후에 보여준 도주 행각도 말 그대로 수사의 허를 찌르기에 충분했다.

순식간에 범행에 성공한 그는 애초 번호판을 가린 채 몰고 온 차량을 다시 타고 그대로 도주했다. 그리고 광주에서 전남 장성, 영암 등지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경찰의 수사망을 흔들었다.

이동 거리가 멀고 복잡할수록, CCTV 추적이 어려워질수록 추적이 힘들어진다는 내부 수사사정을 잘 아는 그는 장성에선 도주로를 미리 파악해 둔 듯 CCTV 감시가 느슨한 곳만 골라 다닌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게 도주 행각을 벌인 임씨는 다음날인 19일 평소처럼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소속 지구대로 출근했다.

이는 그가 범죄를 저지르고도 붙잡히지 않을 것이라는 완전범죄를 꿈꾼 것으로 보인다.

실제 경찰청 통계를 보면 2019년 기준 국내에서 발생한 절도 사건 10건 중 4건은 미검거 상태다.

그의 의도대로 수사팀은 범인을 추적하는 데 애를 먹었고 광주청 광역수사대까지 지원에 나섰지만, 수사 기법을 잘 아는 임씨의 흔적을 쫓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수사팀은 임씨의 도주로로 예상되는 곳에 CCTV가 없어 단서가 희미해지면, 민간 방범용 사설 CCTV를 확인하는 등 끈질긴 수사를 벌였다.

결국 범행이 발생한 지 꼬박 20일째 되는 날 용의 차량을 특정했고, 사건 당일 임씨가 차량을 운행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수사팀은 곧장 지병으로 병가를 내고 광주의 한 대학병원에 입원해 은닉 중이던 임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에 붙잡힌 그는 순순히 범행을 실토했다. 그는 채무에 시달렸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임씨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특수절도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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