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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문화톡톡]‘정인아 미안해’ 추악한 아동학대 사건이 던진 숙제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생후 7개월 무렵 양부모에게 입양됐다가 9개월만에 하늘로 떠난 ‘정인이 사건’은 우리에게 어떤 숙제를 남기고 있나?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이 어떻게 학대를 받아 죽게 되었는지를 분석한 SBS ‘그것이 알고싶다-정인이는 왜 죽었나’편은 끝까지 보는 게 힘들 정도였다.

온 몸이 골절이고 멍 투성이인 아이를 보는 참담함과, 그 아이에게 학대를 저지른 양부모에 대한 분노, 거기에 왜 어른들은 아무 것도 하지 못했을까 하는 자책과 무력감이 함께 몰려왔다. 인간이 이렇게 잔인할 수 있을까? 고통속에 이 세상을 떠났을 어린 정인이를 생각하면 화가 치민다.

일본드라마가 원작인 Tvn 드라마 ‘마더’에서 친모와 내연남에게 학대를 받아 추운 겨울 검은 비닐 봉지에 싸여 버려진 8살 여자 아이를 보는 것으로도 억장이 무너졌는데, 이건 실제 이야기여서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정인의 상태를 본 전문의들은 “배가 피로 가득 차 있었고, 췌장이 절단돼 있었다. 단순사고로 보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정인의 양쪽 팔과 쇄골, 다리 등에 골절이 있었고, 이 골절들은 서로 다른 시간대에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저렇게 아이를 학대하려면 왜 입양을 했을까? 차라리 (아이를 키울 능력이 안되니) 파양을 하지”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동학대 가해자들에겐 공통점이 없다고 했다. 상식적으로 아동학대의 원인과 이유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정인의 몸에 난 많은 멍에 대해 입양 당시 몽골반점이 유난히 많았다고 해명하는 양부를 보면서 분노는 배가됐다. 정인이의 죽음이 ‘고의’가 아니라 ‘실수’라는 게 양모 장 씨의 주장이다.

가장 안타까운 사실은 그동안 정인이를 구할 기회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냥 넘어갔다는 점이다. 세 차례의 아동학대 신고가 있었지만 실제적인 조치와 상황에 맞는 대처는 이뤄지지 않았다. 정인이가 온 몸에 멍이 든 걸 알아차리거나, 차에 오랜 시간 방치된 것을 목격하거나, 영양실조 상태를 직접 진단한 이들이 용기를 내 경찰에 신고했지만 정인이를 구하지 못했다.

이 사건을 담당한 서울양천경찰서는 양부모의 아동학대 정황이 없다고 판단하고 내사종결했다. 한 번도 정식수사가 이뤄지거나 정인이 양부모로부터 분리되는 일도 없었다. 아이는 매번 장 씨 부부의 품으로 되돌아갔다. 정인 사건 담당자는 3차례나 바뀐 것으로 ‘그것이 알고싶다’는 보도했다.

이건 우리에게 가장 아프게 다가오는 부분이다. 차라리 몰라서 그런 결과가 초래됐다면 화가 덜난다. 하지만 정인이를 구할 기회가 있었는데도 놓친 것은 공권력 등 사회안전망의 허점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다.

이 사실을 그냥 넘기는 것은 국민들의 직무유기다. 전 국민이 방관자가 되는 거다. 이에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가 SNS를 통해 확산되며 정인을 추모한다. 배우 이영애가 쌍둥이 자녀들과 함께 정인이가 묻힌 경기도 양평의 공원묘지를 찾는 등 추모객들로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가해자에 대해 아동학대죄가 아닌 살인죄로 처벌하게 하라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안이한 수사와 부실한 입양절차 방지를 위해 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겠지만, 아동학대를 방조한 어른들의 잘못된 대처는 철저하게 따져 재발을 막아야 한다. 뒤늦게라도 추악한 아동학대를 막기 위해서는, 오는 13일부터 시작되는 정인이 양부모 재판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며 전 국민이 감시자가 되어야겠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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