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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평성 잃은 집합금지…복싱은 되고 킥복싱은 안된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는 이미지.[아이클릭아트]

[헤럴드경제] 서울 양천구에서 특공무술 도장을 운영하는 정은숙씨는 지난 3일 돌봄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태권도 학원 등에 대한 집합금지 조치를 해제한다는 정부 발표를 듣고 희망에 부풀었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2.5단계 시행 이후 3주 이상 체육관 문을 닫았던 그는 곧장 학부모들에게 연락해 '월요일부터 다시 도장을 운영한다'고 알렸다. 학부모들 다수는 반가워하며 체육관에 아이들을 보내겠다고 화답했다.

들뜬 마음은 오래 가지 않았다. 월요일 당일 아침 구청에서 보낸 메시지에는 "'체육도장업'을 제외한 모든 체육시설에 대한 집합금지 조치를 연장한다"고 적혀있었다. 특공무술은 체육도장업에 포함되지 않았다.

정씨는 5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바로 옆 태권도장과 합기도장에는 아이들이 돌아왔는데 우리 도장만 여전히 비어있다"며 "태권도는 운영을 허용하면서 특공무술은 안 된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4일부터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체육시설법)에 따라 체육도장업에 속하는 체육관은 아동·학생을 대상으로 9인 이하의 영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체육시설법에 따르면 체육도장업의 운동 종목은 대한체육회 가맹 경기 단체에서 행하는 운동으로 권투, 레슬링, 태권도, 유도, 검도, 우슈, 합기도 등 7개 종목을 뜻한다.

이에 따라 대한체육회 가맹 종목이 아닌 체육관은 체육도장이 아닌 실내 체육시설로 분류되고, 집합금지 완화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복싱은 되는데 킥복싱은 안되고, 합기도는 되는데 특공무술은 안되고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7개 종목이 아닌 관장들은 정부 정책에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다. 정씨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이나, 돌봄 기능을 따진 것이 아니라 체육회 가맹 여부를 기준으로 방역대책을 세웠다"며 "대한체육회에 가입하면 코로나19에 안 걸리는 것이냐"고 물었다.

주짓수·킥복싱 도장을 운영하는 박수오씨는 "행정편의주의적으로 방역대책을 세우다 보니 복싱과 레슬링은 안전하고, 킥복싱과 주짓수는 위험하다는 코미디 같은 지침이 나왔다"며 "지난해 내내 영업이 힘들었는데, 새해부터 부당한 차별까지 더해지니 너무 속상하다"고 호소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영업을 재개하기 위해 체육도장업에 포함되는 종목으로 구청에 신고한 후 다른 종목을 가르치는 '편법 운영'을 하는 체육관도 생겨났다. 방역 당국의 명령을 따르지 않고 항의 차원에서 체육관 문을 여는 '오픈 시위'를 하겠다고 나서는 관장들도 늘고 있다.

관장들은 실질적이고 공평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씨는 "규제를 할 거면 다 같이 하고, 풀어줄 거면 다 같이 풀어줘야 한다"며 "일부만 영업을 허용할 거라면 현장에 나와 운영 실태를 점검하고 감염 위험을 따져 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애매모호한 예외 조항들을 만들어가면서 2.5단계를 유지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3단계로 거리두기 단계를 올리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husn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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