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신년기획 - 5대 싱크탱크 수장에게 듣는다]
국가채무, 외국과 비교해 괜찮다는 인식…걱정크다
기축통화 아닌 韓, 국가채무비율 40%로 관리해야
코로나 끝나면 중장기 재정건전화 강도높게 추진을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나라 빚 증가속도가 빨라도 너무 빠르다.”
우리나라 대표 경제연구원 원장들은 정부 재정운용 방향을 두고 이같이 평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재정확대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사태가 마무리 된 이후에는 반드시 재정건전성 관리에 들어가야 한다는 충고다. 이들은 국가채무비율을 40%수준에서 맞춰야 한다며 구체적인 수치를 내놓기도 했다.
경제연구원장들은 5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재정을 소비하는 것을 미래를 저당 잡는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장지상 산업연구원장은 “올해는 코로나로 인한 민생, 취약계층, 지역, 경기 문제를 방어하기 위해 재정지출을 최대한 풀고 있는 상태라 앞으로 지출과 정부부채가 얼마나 늘어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위기가 닥쳤을 때 정부부채는 순식간에 빠르게 급등하기도 하고 통제를 벗어나 예상치 못한 수준에 달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이 외국에 비해 낮아 괜찮다는 인식이 팽배해있어 더욱 걱정스럽다”며 “기축통화를 보유한 미국, 일본 등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위상이 낮고 대외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불확실성에 대비한 재정건전성 관리가 필수적이다”고 설명했다.
권 원장은 이어 “국내 적정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0%대다”며 “한국경제연구원(KERI)이 지난해 7월 발표한 적정 국가채무비율은 기축통화국(97.8%~114%), 비(非)기축통화국 (37.9%~38.7%), 대외의존도 높은 소국개방경제(14개국, 41.4%~45%)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장지상 원장도 “사회안전망이 아직 선진국 수준으로 충분히 갖추어지지 않은데다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저출산·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등 큰 잠재 불안요소가 존재한다”며 급격한 재정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은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된 뒤 강도높은 재정건전성 관리방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은 “국가부채의 급격한 증가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며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이 지속될 경우 국가부채가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민 LG경제연구원장도 “과거 일본이 겪었던 것과 같은 국가부채 급등 사태를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며 “코로나 위기상황에서 단기적 재정지출 확대가 불가피하지만 내년에 코로나 상황이 진정되면 중기적인 재정건전화 대책을 세우고 목표를 보수적으로 잡아서 강하게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배규식 노동연구원장은 “한국의 국가채무는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수준이며, 2015~2020년 사이에 늘기는 했으나 다른 나라가 늘어난 정도에 비하면 크게 늘어난 것이 아니다”며 “기존 재정규칙과 운용방식을 너무 교조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오히려 위기에 대한 유연한 대응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