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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 길이 없다”…수도권 1000여개 실내체육시설 ‘항의성 오픈’ 강행
실내체육시설, 現거리두기 단계 연장되며 6주째 집합금지
태권도·발레학원 스키장은 제한적 운영 허용…형평성 논란
서울시 “위반 사항 확인되면 고발 등 조치 할 수도”

수도권 2.5단계·비수도권 2단계 수준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주간 연장된 첫날인 4일 서울 용산구의 한 실내체육시설이 ‘항의성’ 운영을 하고 있다.주소현 기자/addressh@herldcorp.com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수도권 실내체육시설 업주 1000여 명이 정부 방역 지침에 항의하는 성격으로 개장을 강행했다. 길어지는 집합금지 조치에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되는 사망까지 발생하는 가운데 실내체육시설 업주들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4일 오전 7시께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변. ○○피트니스, △△짐 등이 적힌 간판과 업장에 불이 들어와 있었다. 불만 켜둔 채 문이 굳게 닫혀 있던 업장이 있는 반면 일부 업장에는 직원들이 출근해 운영을 준비하고 있었다. 같은 시간 “운동할 수 있냐”는 문의 전화도 이어졌다. 해당 업장 직원은 “샤워장은 이용할 수 없다”면서도 운동만 하는 건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KFMA)와 헬스장관장모임(헬관모)에 따르면 이날 이처럼 개장을 단행한 실내체육시설은 1000여 군데다. 개장에 영업까지 하는 시설도 500군데 이상이라는 게 헬관모 측의 설명이다. 이들은 오전 6시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개장한 채 영업은 하지 않는 시위’와 ‘영업까지 하는 시위’ 등 두 가지 방향으로 단체 행동을 진행했다. 그러면서 정부 방역 지침에 대한 ‘1인 시위’라는 것을 강조했다.

이날 영업을 한 김성우 헬관모 대표의 업장에는 여러 명이 찾아와 운동을 했다. 헤럴드경제와 만난 30대 직장인 A 씨는 오전 7시30분께 이곳을 방문해 “전날 이용 가능하다는 문자를 받고 왔다”고 설명했다. A 씨는 “원래 운동을 좋아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국가 정책이니 따라야 해 운동을 거의 못해 왔다”며 “아무리 체육시설이라고 해도 술집 등은 다른 데랑 비교하면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냐”고 말했다.

운영이 제한된 실내체육시설 중 수도권의 일부 업장에서 4일 항의 성격으로 영업을 강행했다. 이날 오전 시민들이 문을 연 서울 시내 실내체육시설 중 한 곳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주소현 기자/addressh@heraldcorp.com

그러나 이 같은 실내체육시설의 ‘변칙’ 개업·영업은 방역 수칙 위반이다.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비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2주간 연장되면서 실내체육시설은 지난 8일부터 오는 17일까지 운영 자체가 금지된 상황이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방역 수칙 위반 시 지방자치단체가 행정처분 및 고발할 수 있다. 업주에겐 과태료 300만원, 이용자에겐 10만원이 부과된다.

서울시는 실제 위반 사항이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필요에 따라 시에서 직접 점검을 나갈 수도 있지만 기존에 하던 대로 자치구 중심으로 점검한다”며 “현장에서 위반 사항들이 있다면 고발은 자치구 중심으로 이뤄지고 자치구에 점검 강화 및 해당 관련 위반사항이 확인되면 고발 등 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방역수칙 위반을 감수하면서까지 수도권 실내체육시설 업주들이 영업 시위를 벌이는 건 정부의 집합금지 조처의 ‘형평성’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연장되는 과정에서 집합금지 대상이었던 학원·교습소, 태권도·발레학원, 스키장 등은 이용 인원과 시간에 제한을 두면서 운영이 허용됐으나 실내체육시설만 대상에서 빠졌다.

수도권 실내체육시설 업주들은 “살 길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 대표는 “마스크를 쓰고 샤워실을 폐쇄한다고 해도 저희는 무조건 운영이 안된다고 하니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며 “2주 후에도 집합금지가 풀린다는 보장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날 만난 김미경 KFMA 사무국장도 “회원들의 환불 문의 전화도 많이 오는데 번 게 있어야 환불을 해 드리지 않겠냐”며 “저희 직원들도 택배 등 아르바이트를 뛰며 버티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 수원에서 피트니스센터를 운영하는 김모(40) 씨도 “인력시장에 나가느라 ‘영업 시위’에 함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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