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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쏟아지는 규제입법] ‘기업 책임’ 놔두고…‘정부 책임’ 쏙빼고…재계·정의당 ‘중대재해법 정부안’ 반발
“경영활동 큰 제약” 강력 비판

정부가 기업·경영자 책임을 강화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여당 박주민 의원 발의안(원안)에서 ‘정부 책임’은 삭제하거나 약화시켰다. 원안보다 시행 시기, 기업 책임, 처벌 요건·양형 등을 완화시키긴 했으나 재계의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정부만 규제에서 쏙 빠져나가는 수정 법안을 낸 것이다.

재계에선 여전히 중대재해법으로 인한 기업활동 위축 가능성에 대한 불안과 우려가 크다. 29일에도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이 국회를 찾아 백혜련 법안심사소위원장에게 재계의 입장을 전했다. 중대재해법을 당론으로 정하고 산업재해 희생자 유족들과 함께 국회 농성까지 하고 있는 정의당도 정부안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정부는 아예 명칭부터 바꿨다. 본래 원안은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 책임자 처벌법’이었는데 정부안은 ‘중대재해 기업 및 경영책임자 등의 처벌에 관한 법률’이다.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묻는 경영책임자 범위에서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을 삭제하는 것이 골자다.

공무원 책임에 대해서도 면책범위를 대폭 넓혔다. 원안은 ‘결재권자인 공무원’을 처벌 대상으로 정했지만, 정부안은 ‘법령에 따른 인·허가권 또는 감독권을 가진 공무원이 형법상 직무유기죄를 범했을 경우’로 처벌 대상을 축소했다.

이외 중대재해법을 ▷1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서는 공포 후 1년 뒤 ▷50인 이상 100인 미만에 대해서는 2년 뒤 ▷50인 미만에 대해서는 4년 뒤 각각 시행토록 하는 안을 마련했다. 50인 이상 또는 50인 미만, 두 가지로 법 적용 시기를 나눈 원안을 다시 세분화한 것이다.

정부는 징벌적 손해배상액과 관련해 손해액의 ‘5배 이하’를 제시했다. 원안의 ‘5배 이상’이나 정의당 강은미 의원안의 ‘3배 이상 10배 이하’에서 낮춘 것이다.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 처벌 양형도 원래의 ‘2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억원 이상의 벌금’에서 ‘5000만원 이상 10억원 이하’로 바꿨다.

한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과연 각 부처 장관·공무원의 책임은 없는 것인지 묻고 싶다. 가장 만만한 것이 기업이라는 점이 또 한번 드러난 법안”이라고 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그동안 경제계가 요구한 내용은 반영되지 않고 지엽적인 부분만 일부 수정됐다. 기업에 크게 의미 있는 안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정의당은 정부안이 원안의 ‘후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여당은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4년 유예하자고 했는데, 정부가 더 후퇴해 50인 이상 1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2년을 유예하자는 입장까지 밝힌 것은 참담하다”고 했다.

윤호·김현일·유오상·정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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