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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쏟아지는 규제입법] ‘규제 덫’ 더 옥죄는 與, 무기력한 野…새해도 反기업법 봇물
여당 174석 의석수 앞세워 ‘규제 입법’ 강행
당론·전략없는 야당, 경제법안 사실상 손놔
중대재해법 이어 집단소송·징벌적 손해배상
전문가 “기업부담 큰 법안내용, 신중 검토를”
지난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하는 가운데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상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가결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완전 답정너(답은 정해져있고, 넌 대답만 하면 돼)다.”

지난 9일 ‘뜨거운 감자’였던 경제3법(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한 대기업 관계자가 내놓은 탄식이다.

‘개혁입법’을 내세운 거대 여당은 174석 의석수 우위를 십분 활용해 반(反)기업 법안을 대거 통과시켰다. 경제계의 지속적인 반대와 대안제시, 호소도 소용없었다.

오히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3법(노동조합법, 공무원노조법, 교원노조법)까지 함께 국회 문턱을 넘었다. 기업 부담을 늘리는 특수고용직(특고)3법(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보험료징수법) 역시 마찬가지다.

여당의 입법독주를 견제해야 할 제1야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 막기에만 함몰돼 경제법안에는 사실상 손을 놨다. 그 흔한 본회의 반대토론조차 없었다.

이 과정에서 법사위, 정무위 등 개별 상임위 야당 의원들은 “법안의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고쳐야 할 부분들이 많다”며 “지도부에 수차례 지침 등을 문의했으나 별다른 대응책이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결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기업환경이 극도로 위축된 가운데 향후 경영활동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법안들이 다소 허무하게 국회를 통과했다. 여야의 무책임에 정작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기업이다.

문제는 규제입법이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5월30일 21대 국회가 첫 발을 뗀 후 7개월 동안 1400건의 규제법안(의원발의+정부입법)이 쏟아졌지만 반기업법 폭탄은 그칠 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년 1월8일까지인 12월 임시국회 회기 내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중대재해법은 산업재해 발생시 사업주나 경영자의 책임과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과잉 입법 우려가 크지만, 당 지도부의 처리 의지가 강하다. 민주당은 29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100인 미만 사업장 2년 유예, 공무원 처벌 조항 등을 완화한 정부안을 논의한다.

국민의힘 역시 “세부적인 내용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중대재해법의 기본 취지에는 동의한다”는 입장이다. 중대재해법 통과가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내년 3월 열리는 첫 임시국회에서도 줄줄이 규제법안 통과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집단소송제를 담은 법안과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포함된 상법 개정안 처리를 추진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르면 첫 임시국회에서 해당 법안들이 처리될 것으로 본다.

집단소송제는 피해자 일부가 제기한 기업 대상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피해자도 함게 구제받을 수 잇는 제도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기업의 위배 행위에 대해 손해액의 5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해당 법안들이 통과될 경우 30대 그룹 기준으로 소송비용이 최대 10조원까지 추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현행 소송비용 추정액(1조6500억원)보다 6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3법이나 중대재해법의 기본적인 방향성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 부담이 크거나 중복규제 등이 우려되는 세부적인 내용의 경우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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