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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변이 코로나 공포’…英 귀국 사망자 인근 주민 “처음 듣는 얘기”
영국서 입국후 사망한 80대 남성 거주 오피스텔 르포
입주민들 “정말 사실이냐”…의아스러운 반응
해당 기초지자체, ‘논란’되자 사망자 동선 공개

지난 13일 영국에서 입국한 뒤 숨진 80대 남성 A씨가 생전 살았던 경기도의 한 오피스텔의 29일 모습. A 씨는 지난 26일 심정지로 사망한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주민들은 A씨의 사망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금시초문”이라고 했다. 김지헌 기자/raw@heraldcorp.com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그게 무슨 말이에요. 처음 듣는 얘기입니다. 괜히 없는 얘기 지어내서 주민들 불안하게 만드는 것 아닌가요?”

29일 오전 경기도의 한 오피스텔. 지난 13일 영국에서 입국한 80대 남성 A씨가 26일 심정지로 사망한 곳이다. 이 남성은 사망 후 검체 채취 결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복도에서 심정지로 쓰러진 A씨를 부축한 주민 3명이 ‘접촉자’로 분리됐다. 이들 접촉자는 진단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고, 모두 자가격리 중이다.

10층 높이인 이 오피스텔은 1층에 상점들, 2~10층에는 층마다 19가구가 들어서 있다. 수십 명의 사람이 하나의 복도를 나눠 사용하고 있는 구조다. 입주민 5명과 1층 상점 주인들에게 A씨의 사망 소식을 알고 있는지 물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처음 듣는 얘기”라며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다. 상점 주인들은 “혹여라도 그런 소식이 알려지면 장사에 피해를 입는다”며 “그런 말을 그리 쉽게 하지 말라”고 했다.

입주민들이 A씨 관련 사실을 모르는 이유는 우선 해당 오피스텔 관리사무소가 이를 알리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관리사무소 측은 “입주민들에게 사망 소식을 통보했냐”는 질문에 “답할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사건 이후 방역당국이 ‘자가격리’ 조치를 했는지조차 통보받지 못했다는 것이 관리사무소 측 입장이었다.

수도권 소재 한 대학병원의 감염내과 교수는 “해당 건물은 코로나19 관련 증상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 빨리 검사를 받아야 할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며 “그런 차원에서 전체 입주민들에게 관련 정보를 빠르게 공유할 필요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방역당국과 지역 보건소의 관리 시스템 허점이 시민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당 기초 지자체는 지난 28일 A씨 가족의 동선을 공개했다.

실제로 A씨와 그의 가족에 대해 해당 기초 지자체가 처음 공지한 내용을 보면, 언뜻 보기에 이들은 움직인 장소가 없는 것으로 읽힌다. 특히 사망자인 A씨의 경우 ‘참고사항: 자가격리 중 양성 판정으로 이동 동선이 없음’으로 적혀 있다. 하지만 A씨가 사망 당일 자신이 사는 오피스텔 복도로 나와 숨진 점에서 비춰 보면 이는 정확한 공지 내용이 아니다.

영국에서 온 80대 확진 사망자인 A씨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그의 가족 3명에 대해 해당 기초 지자체가 공지한 내용. 공지된 내용만으로 봤을 때는 이들 가족이 어떠한 장소로도 이동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지난 28일 해당 기초 지자체는 “이들이 움직인 장소가 있다”며 공개했다. [A씨 거주 기초 지자체 코로나19 대응 현황 홈페이지 캡처]

관할 지자체는 왜 A씨의 이동 동선이 없다고 공지한 것일까. 해당 지자체 보건소 관계자는 “A씨 사망 당시 도착한 역학조사관이 오피스텔 복도 폐쇄회로(CC)TV를 통해 A씨와 접촉한 사람들이 누구인지 모두 식별할 수 있었다”며 “이 경우 접촉자 신원이 모두 파악되니, 확진자 동선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했다.

반대로 만일 접촉자의 신원을 모두 파악하기 어려웠다면 A씨가 발견된 장소를 공개했을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다. 아울러 A씨가 집 밖으로 나와 사망한 점을 감안하면 지자체가 밝힌 ‘참고사항’은 실제로 A씨가 온전하게 자가격리 중이었다는 뜻으로 오해될 수 있는 여지를 안고 있는 셈이다.

지난 22일 역시 영국에서 입국한 3명으로부터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유입된 것이 확인되면서, 그 전에 입국했다가 사망한 A씨 역시 변이 바이러스와 연관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사망자가 나온 경우, 해당 장소의 입주민들에게 관련 사실을 의무적으로 공지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번 A씨 관련 사태는 당시 상황을 목격한 누리꾼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불안을 호소하는 글이 올리며 논란이 됐다. 특히 이 누리꾼은 “A씨가 자가격리 기간 동안 집을 이탈하는 것을 봤다”고 주장했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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