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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철이의 추억’…OCI의 귀환[株포트라이트]

OCI의 말레이시아 폴리실리콘 제조현장 [OCI 홈페이지]

[헤럴드경제 정순식 기자] 주식 투자 경력이 긴 투자자라면 ‘동철이’를 모르는 분이 없을 듯 합니다.

‘동철이’는 동양제철화학을 줄여 부르던 말입니다. 2000년대 후반 ‘동철이’는 성장주의 대표 주자로 불렸습니다. 현재의 배터리, 바이오 테마군을 연상하면 쉽게 와닿을 것입니다.

OCI는 과거 동양제철화학 시절 기초화학과 화합물제조사업 등의 화학원료를 생산하던 석유화학회사였습니다. 성장성은 비록 떨어지지만 안정적으로 영업이익을 창출하던 알짜 기업이었습니다.

이후 안정적인 캐시카우를 토대로 OCI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발맞춰 태양광 기초소재인 폴리실리콘 사업에 진출합니다. 2008년 연산 5000톤 규모의 폴리실리콘 1공장을 건설한 후부터 폴리실리콘 업체로 탈바꿈합니다. 당시 전 세계적인 그린 열풍이 불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지자 ‘동철이’의 몸값이 뛰기 시작합니다. 너도 나도 ‘동철이’를 찾아와 폴리실리콘 주문을 애원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당시 ‘동철이’의 주가 상승세는 상상을 불허했습니다. 2007년 1월 4만원 초반이던 주가가 2011년 4월 65만7000원의 고점을 찍습니다. 약 16배 가량 오른 셈이지요. 과거 차트를 돌아보니 고점을 찍기 직전의 2011년 3월의 월간 상승폭이 32.8%, 4월에는 29.55%로 나옵니다.

폴리실리콘 [OCI 홈페이지]

하지만 폴리실리콘은 높은 투자금을 요하지만, 기술적으로는 진입장벽이 매우 높은 분야는 아니었습니다. 대기오염 해소의 숙원을 품은 중국은 정부 차원의 지원 하에 태양광 산업에 강한 드라이브를 겁니다. 시장에 진입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폴리실리콘 산업은 점차 공급 부족에서 공급 과잉 산업으로 변해갔고, 폴리실리콘 가격도 하락하기 시작합니다.

2009년 사명을 변경했던 OCI는 이후 급락한 폴리실리콘 가격에 도저히 손익을 맞추지 못하자 올해 초에는 국내 군상공장의 철수를 결정하기까지 이릅니다. 폴리실리콘 생산은 높은 전기 소모량을 필요로 하는데, 우리나라의 전기요금 가격으로는 도저히 수지를 맞출 수가 없었던 겁니다. 당시 폴리실리콘 사업부문의 유형자산 손상차손만 7505억원에 달했습니다. 현재 OCI는 폴리실리콘을 말레이시아에서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OCI의 최근 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주가 폭락이 절정이던 3월 2만6450원까지 떨어졌던 주가가 지난 24일 현재 8만6300원입니다. 급락장이 끝난 뒤 6만원 선에 형성되던 주가가 이달에만 24.5%가 올랐습니다.

주가 상승은 1차적으로는 코로나19가 불러온 전 세계적인 친환경 산업의 육성이 이끌었고, 최근 2차 상승은 폴리실리콘 가격의 상승이 견인하고 있습니다. 1차 상승이 기대감이었다면, 최근의 2차 상승은 실적 개선의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는 셈입니다.

증권가에선 OCI의 폴리실리콘 제조 원가를 ㎏당 7달러 수준으로 점치는 데 현재 10달러를 상회하기 시작했습니다.

주가가 반등하자 과거 ‘동철이’의 추억을 회상하며, 추가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자들도 많을 듯 합니다.

전 세계적인 그린에너지 산업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는 만큼, 아마도 추가적인 주가 상승을 기대해도 좋을 듯 합니다.

다만 유념할 점은 OCI는 이제 성장주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태양광 산업은 이제 성숙기로 접어들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따라서 OCI의 주가는 미래의 꿈이 아닌, 원재료의 가격 변동에 따라 실적이 좌우되는 현재를 바라봐야 하는 게 보다 정확한 접근일 것 같습니다.

OCI의 이우현 회장은 미래의 꿈을 바이오에 걸었지만, 아직은 실질적인 결과물이 나오고 있지 않습니다. 그동안 주력 사업 분야이던 태양광 부문의 실적이 저조하다보니, 신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할 여력 또한 적었던 게 사실입니다.

따라서 OCI 중장기 투자자들이라면 바이오 부문의 사업 진행 결과와 인천에서 진행 중인 도시개발사업의 추이를 지켜보는 게 필요해 보입니다. 단기 투자자들이라면 폴리실리콘의 가격 추이에 따라 매매를 결정하면 되겠네요. 중국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생산량을 늘리면 폴리실리콘의 가격은 다시 조정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과거 ‘동철이’가 보여주었던 화끈한 상승세가 나와 많은 투자자 분들이 웃을 수 있으면 더 좋겠습니다.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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