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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조두순도 찬 전자발찌 훼손 올해 13건…처벌은 징역 9개월 ‘솜방망이’
2019년 전자발찌 훼손 21건 중 20건이 성폭력범죄자
법정형 징역 7년 이하지만 현실은 징역 1년 안팎이나 벌금
전문가 “사회 나올 준비 안돼 훼손…재범 위험성을 낮춰야”
전자발찌 이미지. [연합]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살인, 강도, 미성년 대상 유괴, 성폭력 등의 범죄자에게 부착하는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부착장치·이하 전자장치), 이른바 ‘전자발찌’의 훼손 건수와 훼손율이 2018년 이후 감소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처벌은 여전히 약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재범 위험성을 낮추기 위한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24일 법무부에서 제공한 ‘전자감독제도 시행 이후 전자장치 훼손 사건 및 훼손율’에 따르면 지난 11월 기준으로 올해 재판에 넘겨진 전자장치 훼손 건수는 13건이다. 올해 전자장치 실시 건수는 5590건으로 훼손율은 0.23%로 확인됐다.

전자장치 실시 사건(전년도부터 계속 집행 중인 사건과 새로 개시된 사건을 합한 것) 수는 전자감독제도가 도입된 2008년 205건으로 시작해 2016년 4000건을 넘어섰다.

이 중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사례가 80% 이상이라는 게 법무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 지난해 발생한 전자장치 훼손 21건 중 1건을 제외한 20건이 성폭력 범죄자가 저지른 사건이었다. 최근 5년 간 성폭력 범죄의 전자장치 훼손 사건은 ▷2016년 17건 ▷2017년 8건 ▷2018·2019년 각 20건 ▷2020년(11월 기준) 10건이었다.

[법무부 제공]

법무부는 2018년 9월부터 전자장치가 5세대로 교체되면서 일체형에 무게가 가벼워져 훼손 자체가 어려워졌다고 설명한다. 전자장치를 실제로 훼손하지 못하더라도 훼손하려는 시도만으로도 전자장치부착법 위반에 해당한다.

그러나 전자장치를 훼손한 채로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처벌 수위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 관계자는 “처분 결과가 벌금형인 경우도 많고 징역형도 6개월에서 1년, 평균적으로 9.1개월로 잡는다”고 설명했다.

실제 처분 결과도 이와 비슷하다. 올해 6월 인천지법 형사2단독(판사 이연진) 재판부는 만취하지 말라는 법원의 명령을 어기고 만취해 전자발찌를 부수려 한 A(42)씨에게 징역 1년과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2016년 강간죄로 실형 선고와 함께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 술을 마시지 말라는 특별준수사항을 함께 부과받은 바 있다.

지난해 12월 대구지법 형사8단독(부장 장민석) 재판부도 전자장치부착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B(51)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특수강도강간, 강도상해 등 죄로 복역하다 가출소한 B씨는 같은 해 10월 환청이 들린다며 미리 준비한 장치로 전자장치를 분해해 경부고속도로 인근에 버린 혐의를 받았다.

법정형과 실제 판결에 차이가 발생한다. 현행 법상 전자장치 피부착자가 전자장치 부착 기간 중 신체에서 임의로 분리하거나 손상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미수범 역시 처벌 가능하며 법원에서 부과한 준수 사항을 위반할 때에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법정형만큼 처벌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지적하며 처벌 수위를 높이기보다 재범 위험성을 낮추기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체포 또는 구금된 자가 도주하는 혐의에 법정형이 징역 1년 이하인데 전자장치를 끊고 도주한 혐의에 더 센 형을 내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자장치를 끊기로 마음 먹은 사람이 형량이 강하다고 안 끊겠냐”며 “형량을 강화한다고 도주 욕구가 사라지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자장치 피부착자는 언제든지 전자장치를 훼손하고 다른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어 도주죄보다 법정형이 높게 만들어졌다”면서도 “도망가려고 하는 본능이 있기 때문에 도주를 처벌하는 것보다 도주하지 못하도록 인적·물적 시설을 갖추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재범 위험성이 있는 이들을 위한 ‘중간지대’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승 위원은 “전자장치를 훼손한다는 건 사회에 나올 준비가 안됐다는 뜻”이라며 “우리나라는 형기가 끝나면 무조건 사회에 나와야 하고 중간지대가 없는데 세상에 나오기 전에 그 사람의 재범 위험성을 평가해 안전한 단계가 됐을 때에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달 12일 징역 12년형을 마치고 출소한 아동성범죄자 조두순(68)도 2008년 선고 당시 전자장치부착 명령을 함께 받았다. 그는 앞으로 7년간 전자발찌를 차야 한다. 이달 15일 법원은 조두순에게 심야시간 음주, 외출, 교육 시설 등 출입을 금지하는 특별준수사항을 추가로 부과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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