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세상속으로] 탄소중립은 새로운 기회다

애플과 구글이 자리 잡은 실리콘밸리에서는 탄소중립 100%에 도전하는 신발이 유행이다. 석유화학 소재 대신 사탕수수로 만든 밑창과 양모로 만든 외피를 사용한 신발이다. 애플, 구글, BMW 등 세계적 기업은 탄소감축을 위해 재생에너지 전기만 사용하는 ‘RE100 선언’에 동참하고 있다.

탄소중립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재무구조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노력을 투자 기준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2005년 시가총액으로 세계 최대 기업이었던 엑손모빌이 지난 5월 다우존스 30대 기업에서 밀려났다. 새로운 경제질서에 적응하지 못하는 국가와 기업은 도태될 가능성이 크다는 방증이다.

유럽연합(EU), 캐나다 등 원래 적극적이었던 나라뿐 아니라 일본, 중국 등 제조업 국가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여기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50년 탄소중립을 약속하면서 탄소중립은 그야말로 뉴노멀로 자리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EU가 기후변화 공조를 확대하고, 이는 후발국에 새로운 무역장벽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맞춰 우리나라도 국제사회에 2050년 탄소중립을 약속했다. 탄소중립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에너지 전환을 막 시작한 우리 입장에서 매우 도전적인 과제임이 분명하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소띠의 해’ 2021년, 탄소중립이라는 긴 여정을 위한 우직한 첫걸음을 내딛고자 한다. 코로나 위기에서 큰 힘이 됐던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탄소중립이라는 리스크를 새로운 혁신의 기회로 바꾸는 담대한 작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산업계, 학계 등 민간과 충분히 소통하고 협업하면서,새로운 사업 기회가 영글고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국가적 역량을 결집해나갈 것이다.

철강, 석유화학과 같은 탄소 다배출 산업은 연료, 원료, 공정 등 밸류체인 전반에서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들을 해나가야 한다. 하지만 기업은 당장 재무적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탄소감축 투자에 머뭇거리게 된다. 정부는 탄소중립이라는 긴 여정 속에서 기업과 위험을 분담하고 투자를 함께해나갈 것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정부는 중장기 탄소중립 로드맵을 통해 주력 산업의 탄소중립을 위한 체계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자 한다.

탄소중립을 기회로 바꿀 수 있도록 전기차, 수소차 및 수소선박 등 다양한 친환경 모빌리티산업과 함께 이차전지, 바이오와 같은 산업도 미래 먹거리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 기업이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기술 혁신을 지원하고, 산업별로 튼튼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에너지 분야 역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석탄 발전을 감축하면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꾸준히 늘려야 한다. 이와 함께 고효율 태양광, 초대형 풍력과 같은 차세대 기술을 개발하고, 수소경제 이행을 위한 인프라와 함께 산업생태계를 조성해서 에너지 전환이 에너지믹스 변화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산업이 커나가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선진국에 비해 200년 늦게 산업화를 시작했지만 창의적 열정과 의지로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자동차, 반도체, 휴대전화, 조선, 철강 등 우리 수출을 책임지는 산업도 초기 단계에서 세계 수준으로 오르는 데 30년 남짓 걸렸다. 올해 우리 GDP 성장률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위기에 강한 저력 있는 국가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탄소중립도 민간과 정부의 의지와 노력이 합쳐진다면 불가능한 꿈은 아닐 것이다.

뒤늦게 서두르지 말고 조금이라도 여력이 있는 오늘 시작하자.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말처럼 “우리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처음으로 체험하고, 그것에 대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마지막 세대다.”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