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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당은 ‘武力’, 야당은 ‘無力’…국민은 ‘死力’
180석 ‘거여’ 개혁 명분 입법 ‘드라이브’
제1야당, 압도적 힘 눌려 거듭 당하기만
院구성·국감·쟁점법안 등 협의없이 충돌
내년 보선 분수령…여야 모두 사활 걸듯
지난 4·15 총선은 헌정사상 유례가 드문 여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당시 180석(현재 174석)의 거대 다수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주요 법안을 밀어붙이며 ‘입법독주’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4·15 총선 직후 민주당이 당사에서 승리를 확인하는 모습(위쪽)과 참패를 사과하는 야당인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의 모습이 대조를 이룬다. [연합]

말그대로 독주였다. 21대 총선에서 ‘180석’ 거여(巨與)가 된 더불어민주당(22일 현재 174석)은 올해 개혁을 명분 삼아 브레이크 없는 ‘입법 독주’를 감행했다. 제1야당 국민의힘은 압도적 힘에 눌려 무력히 당하기만 했다.

민주당은 이달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를 통해 여야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법안들은 연거푸 넘겼다.

국민의힘이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까지 걸고 막으려고 한 야당 비토(거부)권을 없앤 공수처법 개정안도 결국 처리했다. 재계를 중심으로 기업 옥죄기 우려가 터져나오는 와중에 ‘공정경제 3법’도 통과시켰다. 국가정보원이 갖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내용의 국정원법 개정안, 대북전단을 살포하면 처벌하는 규정을 담은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도 야당이 벌이는 벼랑 끝 무제한 반대토론(필리버스터) 속 모두 넘겼다.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찍어내기’도 거침 없이 행하고 있다.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로 정직 2개월 처분을 받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자진 사퇴를 연일 압박하고 있다. “찌질”, “자멸”, “뻔뻔” 등의 원색적 비난도 쏟아내는 모습이다.

21대 국회가 문을 열고 반 년이 흘렀다. 민주당은 ‘180석’을 얻은 데 따라 법안·예산안·임명동의안의 단독 처리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단독 추진, 야당의 필리버스터 무력화 등에 나설 수 있는 힘이 생겼다.

개헌 말고 다 할 수 있는 민주당은 6개월간 원 없이 종횡무진했다. 여야 지도자가 손을 잡고 ‘합의 정신’을 강조하는 장면은 단 한 번도 연출되지 못했다.

민주당은 지난 6월 원 구성을 할 때부터 내달렸다. 민주당은 여야가 의석 수에 비례해 나눠갖던 상임위원장직 18개를 모두 챙겼다. 특히 야당 원내대표가 잠적하고 절에 칩거하는 초강수를 둔 와중에도 법제사법위원장직을 끝내 가져왔다. 그간 법사위원장직은 야당의 몫이었다. 쟁점 법안들이 본회의에 오르기 전 최종 관문 역할을 할 수 있어서다. 상임위를 모두 쥔 민주당은 각 상임위의 안건조정위원회도 사실상 장악했다. 마음만 먹으면 어떤 법안이든 ‘원 포인트’로 처리할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민주당은 그 힘을 다음 달 여야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린 ‘임대차 3법’을 처리할 때 곧장 발휘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본회의 불참, 반대 뜻을 설파하기 위한 5분 발언 뿐이었다.

국민의힘도 나름의 저항을 했지만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었다. 국민의힘은 원내대표가 6개월 사이 두 차례나 사의를 표명할 만큼 무력했다. 국민의힘이 밀어붙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 탄핵안, 일명 ‘라임·옵티머스 사태’ 특검,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 배제 건에 대한 국정조사 등도 모두 수포가 됐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의 거침 없는 행보가 남은 3년6개월 간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운동권 출신으로 다선 의원을 지낸 한 인사는 “과거 보수여당은 애초 독재라는 죄의식이 있는 데 따라 ‘독주’라는 프레임을 병적으로 경계했다. 합의를 연출하기 위해 가증스럽지만 최소한의 ‘쇼’는 했다”고 했다.

그는 그 예로 18대 국회를 거론했다. 여당인 한나라당 등 범여권은 개헌선을 넘은 202석으로 출발선에 섰다. 그때도 당시 야당인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직을 쥐었다. 이 인사는 “하지만 민주당은 스스로를 정의 세력으로 지칭한다”며 “상대 편을 무찔러야 할 적으로 보고, 반대 목소리가 커질수록 더욱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도 할 말은 있다. 투표로 거여가 된 만큼, 국민 기대에 부응하고 대선·총선에서 한 약속을 빠른 시간 내 지키려면 거침없는 행보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에 속도를 낸 공수처 등 권력기관 개혁법안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국민 간의 오래된 약속이었던 만큼 더는 지체할 수 없었다”며 “더 열심히 일하라고 국민이 만들어준 구도다. 우리가 눈치만 보고 있을 수 있겠느냐”고 했다.

양당의 분위기는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이후 출렁일 수 있다.

판은 오는 2022년 대선에 앞서 또 다시 흔들릴 공산이 있다.

특히 민주당은 그간 거여의 운명처럼, 분열의 늪에 빠져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지금도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무엇보다 오는 2022년 대선판에 오를 확실한 친문(친문재인) 주자가 없다는 점이 불안 요소로 거론되고 있다. 한때 난공불락 같던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이 그랬듯, 민주당도 진문(진문재인) 감별 논란 속 당이 통째로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친문과 비문(비문재인) 사이 갈등도 대선에 가까워질수록 불거질 수 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은 ‘권력은 짧다’라는 역사적 교훈을 되새기고 더 겸허히 움직여야 한다”며 “국민의힘은 준여당 내지 웰빙 정당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원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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