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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美정부, ‘대북전단금지법’에 비판적 입장 ‘공식 확인’…국제사회 전방위 ‘압박’
美국무부 대변인실 본지 이메일에 답신
“北으로의 자유로운 정보 유입 미국의 우선 사안”
“NGO 및 타국 파트너들과 협력해 北주민 정보 접근권 증진 노력”
내정간섭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례적 입장공개
미국·영국 의회 의원들, 비판성명 내기도
정부, 대북전단살포금지법 의결
미국 국무부는 대북전단 살포 논란과 관련해 북한에 대한 독자적인 정보 접근성을 늘리겠다며 미묘한 여운을 남겼다. 남측 민간단체가 대형풍선에 대북전단을 매달아 날려보내는 모습. 자료사진. [연합]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미국 국무부가 본지와의 이메일을 통해 우리 정부의 ‘대북전단살포금지법’(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북한으로의 자유로운 정보 유입과 북한 주민의 자유로운 정보 접근이 중요하다”며 우회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이처럼 미국 행정부가 다른 나라의 법안을 두고 구체적인 입장을 공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최근 미 의회와 북한 인권단체,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까지 비판성명을 공개하면서 논란은 국제인권 문제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미 국무부 대변인실은 최근 국회가 의결한 대북전단금지법과 관련해 “북한으로의 자유로운 정보유입을 증진하는 건 미국의 우선순위 사안(priority)”라고 밝혔다.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입장과 이와 관련한 미 하원 인권위원회의 청문회 시도가 내정간섭에 해당한다고 보는지에 대한 여부를 문의한 헤럴드경제의 이메일에 대한 답이었다. 국무부 대변인실은 또 “글로벌 정책으로서 우리(미국)는 인권보호와 기본적 자유를 지지해왔다”며 “관련 시민단체와 다른 나라 파트너들과 북한 주민들의 자유로운 정보접근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협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한발 더 나아갔다.

내정간섭 논란에도 미 국무부가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밝히면서 관련 법안을 설득하기 위한 외교채널의 고충은 심화할 전망이다. 국무부는 그동안 주한미국대사관과 스티븐 비건 미 대북정책특별대표 등을 통해 외교부에 법안에 대한 우려를 전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미 국무부는 “언급할 게 없다”며 법안에 대한 입장을 공개하지 않았다. 유럽연합(EU) 측에서도 우려를 표명했지만, 물밑에서 입장을 전달한 것이었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와 인권 보호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자 국무부 차원에서 입장을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미 의회와 영국 의원들도 법안을 공개비판하고 나섰다.

크리스 스미스 미국 하원의원(공화당)은 비판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한국의 탈북자 인권문제를 조사하기 위한 청문회를 인권위원회 차원에서 진행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마이클 맥카울 하원 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와 미국 지한파 의원모임 ‘코리아 코커스’ 공동의장인 제럴드 코널리 하원의원도 우려를 표명했다. 한미 외교소식통은 “최근 미 의원들이 국무부에 대북전단금지법뿐만 아니라 한국의 탈북민정책을 문의하는 일이 많아졌다”며 “청문회는 한국의 탈북민 인권보호 현황을 전반적으로 살펴보기 위한 취지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크리스 스미스 의원실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탈북민 인권문제 전반을 살필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도 대북전단금지법 재개정을 촉구하는 서한을 공개했다. 국내외 47개 인권단체도 서한을 통해 법안 재개정을 촉구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표현의 자유는 절대적이지 않다”며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위험에 빠트리는 경우 통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CNN방송 캡쳐]

국제사회의 비난에 우리나라 외교안보 수장들은 서둘러 설득작업에 들어갔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표현의 자유는 절대적이지 않다”며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통제될 필요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서호 통일부 차관도 언론 기고문을 통해 “국제법에서도 생명권 보호를 위한 표현의 자유 통제를 허용하고 있다”며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행위가 북한주민들의 인권을 개선한다는 근거는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서한을 통해 “표현의 자유 제한은 반드시 법에 의해 규정돼야 하며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선 구체적 필요성이 적시돼야 한다. 그 제한은 동기와 행동에 대한 엄격한 규정 속에서 이뤄져야 하고, 그에 따른 비례적 억지력도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접경지역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행위가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정 수준 통제가 될 수는 있다고 하더라도, 그 행위 자체를 ‘범죄화’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킨타나 보고관은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행위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법적으로 비례성의 원칙에 어긋난다고도 꼬집었다.

한편 정부는 22일 정세균 국무총리의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북전단금지법을 심의·의결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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