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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홀가분, ‘이춘재〓진범’ 밝혀지기 20년전부터 재심 노렸다”
재심 통해 살인범 누명 31년만에 벗은 윤성여씨 인터뷰
“돌아가신 지 50년 지난 어머니 묘소, 코로나 탓 못 찾아”
교도관도 “‘죄인 신분으로 부모님 뵈면 얼굴 못든다’고 해”
주변인들 “무기수였다 19년6개월로 감형 후 재심 이야기”
담담한 윤씨 “지금처럼 평범하게 원단 재단 일 하며 살 것”
이달 17일 오후 경기 수원 수원지법에서 열린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선고공판에서 재심 청구인 윤성여 씨가 무죄를 선고받고 법원 청사를 나와 지인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홀가분하네요. 부모님 생각만 하면 목이 메이죠….”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이라는 누명을 31년 만에 벗은 윤성여(53)씨는 재심 무죄 판결에 대해 21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이 같이 말했다.

윤 씨는 1988년 9월 16일 당시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에서 중학생 박모(당시 13세)양을 성폭행해 살해했다는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그의 2심과 3심 항고 모두 기각했다.

20년 동안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며 재심 기회를 노렸던 윤 씨는 2009년 모범수로 가석방됐다. 이후 지난해 이춘재의 범행 자백 이후 윤 씨는 가석방 후 10년이 지나서야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이달 17일 ‘무죄’ 판결을 받았다.

명예 회복을 위한 기나긴 소명이 끝나자 윤 씨는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종교 활동을 하는 등 “평범한 주말을 보냈다”며 경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서 “돌아가신 지 50년이 지난 어머니의 묘를 찾아 인사드리려고 했지만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상황으로 여의치 않아 가지는 못했다”고 덧붙였다.

윤 씨 곁에서 20여 년간 그의 무죄를 믿어준 지인들에 따르면 윤 씨는 수감 시절 부모님 이야기를 자주했다. 윤 씨의 수감 생활을 직접 지켜 보며 재심 청구를 도와준 교도관 A씨 역시 “윤씨는 자신이 범죄를 저지르지도 않았지만 ‘죄인의 신분으로 부모님을 찾게 되면 얼굴을 들 수 없다’고 했다”며 “이번에 (윤 씨의)한을 풀어 감격스럽다”고 했다.

그동안 ‘흉악범’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부모님을 떳떳하게 찾아뵙지 못했던 윤 씨는 “이제 후련한 마음으로 (부모님을)찾아뵐 수 있다”고 했다.

윤 씨는 “재심은 이춘재가 범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기 수십 년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윤 씨의 주변인들 역시 “윤씨가 20년 전 무기수에서 19년 6개월로 감형 받고나서부터 부쩍 재심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무기수에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희망이 보였기 때문에서다.

윤 씨는 약 20년간 긴 수감 생활에도 내내 명랑하고 쾌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윤씨가 모든 사람들에게 생글생글 웃으면서 인사할 정도로 구김살이 없었다”며 “그래서 다들 처음 (윤 씨가)화성 8차 사건 범인이라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소아마비를 앓아 한쪽 다리가 불편함에도 윤 씨는 교도소 내에서도 긍정적이고 일을 잘해 수감자들 사이에서 모범이 됐다고 알려졌다. 윤 씨는 수감 기간 중에도 지방기능경기대회 양복 제작 부문에 입상할 정도로 성실히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윤 씨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그는 “재심에서 무죄가 나왔지만 지금처럼 원단 재단하는 일을 하며 평범하게 살 것”이라며 통화를 끝맺었다.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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