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장관이 16일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징계위원회에서 의결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은 추 장관이 제청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재가하면 효력이 발생한다. 내역은 관보에 게재된다. [ 연합]

해임이나 면직처분은 아니지만,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내려진 정직 처분은 검찰 내 적지 않은 여파를 가져올 전망이다. 2개월 동안 검찰총장이 공석으로 되면서, 현재 가장 큰 현안인 월성원전 조기폐쇄 수사와 검찰 인사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은 16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정상 출근했다. 징계 효력은 대통령이 승인하는 시점부터 효력이 생긴다. 하지만 정직 기간이 시작되면 윤 총장은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주지 않는 이상 당분간 직무를 볼 수 없다. 총장이 공석이 되면 조남관 대검차장이 다시 한 번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는다.

일단 추 장관 입장에서는 징계위에서 해임이나 면직이 아닌 정직 처분을 내리면서 여론의 추이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만약 해임이나 면직 징계가 의결됐다면, 청와대가 나서 새 검찰총장 인선 작업에 착수해야 했지만 급박한 상황은 모면했다. 윤 총장은 3월에 복귀하게 되므로 총장 교체라는 카드는 쓸 수 없다. 당장 추 장관도 본인의 거취를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여론이 가라앉는 1월~2월이면 정기인사를 명분으로 검찰 수뇌부 물갈이를 통해 조직 쇄신에 나설 수 있다. 추 장관 유임 여부와 관계없이 문재인 대통령이 의지를 갖는다면 새 법무장관을 임명하고 그에 따른 인사를 단행하는 선택지도 있다.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해 직무배제 조치 및 징계회부, 수사의뢰하면서 전국 고검장급 간부 6명은 사실상 반기를 들었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인적 쇄신 필요성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조직 안정을 위해 조남관 대검 차장을 바꾸는 것은 부담이 따르기 때문에 유임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대신 인사가 단행된다면 원전수사를 이어가고 있는 이두봉 대전지검장은 교체 1순위로 꼽힌다. 좌천인사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 고검장으로 승진을 시키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사건에서 손을 떼도록 만들 수도 있다. 이 지검장은 검찰 내에서도 소신주의자로 손꼽힌다. 그대로 유임하는 상태에서 법무부에서 간섭하기 어렵다. 2008년 윤 총장과 론스타 수사를 함께한 총장 측근 인사로 꼽히기도 한다.

때문에 12월 안에 원전 수사팀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청와대 산업정책 비서관을 지낸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의 신병처리 여부를 결정지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두 인사가 구속된다면 청와대 지시 여부를 파악하는 과정만 남는다. 다만 수사팀은 총장과는 별개로 수사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대전지검 관계자는 “윤 총장이 산업부 관계자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승인했지만, 불가피하고 부득이한 판단이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수사 방향을 정하거나, 주요 피의자 신병처리 시점은 대검이 아닌 대전지검 자체 판단에 따른다는 얘기다.

인사가 난다면 조상철 서울고검장 유임 여부도 주목된다. 조 고검장은 윤 총장과 사법연수원 23기 동기지만, 공안이나 기획업무에 정통하고 추 장관이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는 특수수사와는 거리가 멀다. 서울고검은 대검 감찰부가 윤 총장의 ‘판사 사찰 문건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법무부와 직접 소통했는지, 결재라인 등 보고절차를 준수했는지 등을 확인 중이다.

추 장관은 서울고검에서 대검 감찰부를 수사하는 상황을 달갑지 않게 여기고 있다. 추 장관은 지난 8일 법무부를 통해 판사 사찰 의혹 사건을 서울고검에 배당한 대검의 조치와 관련한 경위를 보고 받고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고검은 ‘검언유착 사건’과 관련해 정진웅 차장검사를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하기도 했다. 좌영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