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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시대, 제품 포장 소비자 선택의 관건
기업들 지속가능 친환경 포장 과감한 투자
베지밀, 라벨에 절취선 넣어 분리수거 쉽게
‘스프라이트’ 초록색병 포기…자원순환 노력
신세계, 사탕수수 펄프 아이스팩 출품 호응
환경 대응 소비자들 공감…판매로 이어져

‘쓰윽~’ 먹고 난 두유 유리병 라벨을 제거하는 소리다. 한 번의 손놀림으로 병에 붙은 라벨은 ‘슥’ 하고 벗겨진다. 용기가 재활용되려면 동일한 재질끼리 따로 분리돼야 하는데 이런 점에서 해당 제품은 무척 편리하다. 먹고 마시는 것을 넘어 소비자의 분리수거까지 고려한 포장이다.

최근 들어 이와 같은 친환경 포장 식품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팬데믹 기간 동안 ‘혁신’이 기업의 핵심 가치로 부상하면서 식품의 포장에서도 친환경 요소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지속가능성을 고려하기 시작한 소비자에게 포장이 제품 선택의 ‘관건’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신세계푸드 친환경 아이스팩.

▶포스트 코로나, 새로운 포장을 원한다=이전까지 맛과 영양은 식품 선택의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포장 역시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미국 포장 공급업체 ‘쇼어’(Shorr)의 최근 현지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47%가 “지난 3개월간 낯선 브랜드를 포장에 의존해 선택했다”고 답했으며, 75%는 “건강에 좋은 식품이 환경에도 좋은 포장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다. “재활용이 가능하다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는 의견도 46%에 달했다. 보고서는 글로벌 트렌드인 ‘내추럴’(Natural)이 식품 성분에만 국한되지 않고 포장재 자체에도 적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에코 프랜들리’(Eco-Friendly, 자연친화적)를 내세우는 포장이 그것이다.

‘에코 라벨’을 붙인 정식품 ‘베지밀 검은콩 두유’.

▶라벨 다시 붙이고, 페트병 색 빼고…달라진 기업들=‘에코 프랜들리’ 포장의 개념은 친환경 용기를 넘어 소비자의 분리수거를 돕는 방식으로 확장중이다. 재활용 비율을 높이려면 애초부터 소비자가 분리수거를 하기 쉽도록 포장이 제작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된 두유 유리병이 대표적인 예이다. 최근 정식품은 ‘베지밀 검은콩 두유’ 에 기존 라벨을 떼어버리고 새로운 ‘에코 라벨’을 붙였다. 라벨제거가 쉽도록 절취선을 넣고, ‘라벨을 병과 분리해서 재활용해 주세요’라는 안내문구까지 삽입하면서 분리배출 참여를 유도한다. 이는 분리수거의 간편성을 도울뿐 아니라 잘못된 분리수거로 재활용이 되지 못하는 경우를 막는다. 흔히 다 마신 음료병을 물에 깨끗하게 씻은 후 유리 재활용통에 버리기 쉽지만 이러한 노력은 헛수고일 뿐이다. 유리와 재질이 다른 ‘뚜껑’과 ‘라벨’을 제거하지 않아 재활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정식품 관계자는 “분리배출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아직 낮다는 점에서 착안했다”며 “에코라벨의 디자인 요소를 통해 분리배출의 필요성을 알리려고 했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분리수거를 고려한 이같은 포장 방식이 판매량 증가로 이어졌다. 일본 코카콜라의 천연수 ‘이로하스’는 ‘에코 라벨’을 붙이자 온라인 판매량이 이전보다 두 배 증가했다. 한국 코카콜라는 소비자가 올바른 플라스틱 분리수거 방식을 체험하도록 캠페인도 진행중이다. 코카콜라의 사이다 브랜드 ‘스프라이트’는 상징적인 초록색도 포기했다. 색깔있는 페트병은 재활용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최수정 한국 코카콜라 대표는 “환경 문제의 중요성에 깊이 공감하며, 올바른 자원순환이 이뤄지도록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배달용기 분리수거의 ‘복병’으로 떠오른 아이스팩 또한 개발이 한창이다. 신세계푸드는 사탕수수 펄프와 생분해 필름을 적용한 아이스팩을 출품해 올해 환경부장관상을 수상했다. 대부분의 합성수지 아이스팩은 땅속 분해까지 100년 이상이 걸리지만 해당 아이스팩은 3개월에 그친다. 종이 아이스팩과 달리 재사용도 가능하다. 이 외에도 식용 포장지 및 천연 포장지의 개발이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콩을 원료로 하는 잉크나 재생용기도 시장에 진출했다.

코카콜라 무색 페트병.

▶ “지속가능성을 염두한 기업이 호응 얻을 것”=전문가들은 이러한 식품 기업의 환경 대응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이어갈 수 있게 만든다고 내다본다. 문경선 유로모니터코리아 식품 및 영양부문 총괄연구원은 헤럴드경제 ‘2021 컨슈머포럼’에서 “지속가능성을 염두해 둔 제품들이 점점 더 많은 소비자의 호응을 얻고 있다”며 “지속가능성의 이슈는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욱이 친환경 포장의 선호도는 팬데믹 상황에서 더욱 두드러질 수 밖에 없다. 포장지를 뜯고 버리는 것이 일상적 ‘일’이 됐을 정도로 소비자에게 포장은 그 어느때보다 성큼 다가온 문제다.

은지현 녹색소비자연대 본부장은 “코로나로 재활용이 안되는 포장용기들이 넘쳐나고 있지만, 식품포장재로 주로 사용되는 플라스틱은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환경호르몬 분류 물질을 함유하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친환경 제지코팅 솔루션기업인 리페이퍼 측은 “소비자의 친환경 포장에 대한 인식과 이에 대한 요구는 기업으로 하여금 즉각적 변화를 일으키는 중요한 요소”라며 “기업의 기술개발로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기대했다. 육성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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